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1일 11시 0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이랜드는 유난히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기업이다. 2평짜리 보세 옷가게의 대박 신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의 진수라며 박수를 치는 이가 있다. 반면 무리한 외형확장으로 위기를 맛봤던 회사, M&A는 곧잘 하는데 인수후 통합작업(PMI)에는 무능한 기업이라고 혹평하는 이도 있다.
혹평의 절정기는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하던 시절이다. 크레딧 시장 안팎에선 저 많은 부채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컸다. 홈에버는 기대했던 캐시카우 역할은 커녕 첨예한 노사 갈등을 빚으며 그룹 이미지만 실추시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홈에버 매장을 되팔면서 이랜드에 대한 우려는 반감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랜드에 대해 경계감을 풀지 못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최근 이랜드가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 의류시장의 불확실성, 잇따르는 M&A로 다시 높아진 채무부담 등을 감안할 때 이랜드 일부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시각은 다르다
이랜드 그룹은 올 들어 신용등급이 오른 대표적 기업이다. 계열사별로 (주)이랜드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올랐고 이랜드리테일도 `BBB`에서 `BBB+`로, 중국 법인인 이랜드인터내셔널패션상하이(이하 이랜드인터내셔널) 역시 `A-`에서 `A`로 각각 한 단계 높아졌다. 앞서 작년말에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오르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상향 배경은 주력 사업부가 제 역할을 시작했고 신사업 진출과 사업확장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과거보다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유통과 의류부문에서 매출과 수익성은 회복 추세다.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2008년 455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841억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중엔 7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8년 6.5%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들어 10.5%로 높아졌다. (주)이랜드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중국내 의류법인인 이랜드인터내셔널도 안착 단계를 넘어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해외법인 등급이 국내그룹 보다 높다?
그러나 SRE 자문위원들은“중국시장의 역동성과 이랜드인터내셔널의 성장세를 감안한다해도 `A`등급은 지나친 고평가”라고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중국법인의 성과가 지속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규제환경도 걸림돌이다. 중국 경제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도 팍팍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세무조사와 노사분규 등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중국법인의 사세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SRE 자문위원은 “중국 법인에서 발생한 문제가 국내로 알려지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면서“국내 투자자들로선 조기에 위험을 감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이랜드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에 이같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반영됐다고 보기 힘들다”면서“중국시장의 성장성이 갖는 프리미엄만으로는 지금의 등급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함께 국내법인과의 리스크 차단 역시 향후 상호지급보증 가능성 등을 들어 100% 절연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시 높아지는 부채비율
체급의 기업이 과도한 차입을 통해 M&A에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말했다. 그는“그나마 홈에버(현재 홈플러스와 합병)를 팔고 나온 것은 천운이었다”고 평했다.
홈에버 매각으로 분명 이랜드 그룹의 재무사정엔 숨통이 틔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M&A에 발동이 걸리면서 재무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들어 C&우방랜드와 동아백화점·동아마트를 인수하고 그랜드백화점 강서점을 사들였다. 가든파이브 등 한국형 백
화점 업태 영업도 시작했다. 그 결과 주력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부채비율은 2008년 80.4%에서 지난해 131.1%. 올 상반기 202.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23.2%에서 29.5%, 37.9%로 심화됐다. 한 SRE 자문위원은“성장과 수익기반 다변화를 위해 이랜드는 계속해서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과거처럼 무리한 외형확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차입을 통한 M&A는 회사채 시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랜드 그룹의 국내 패션사업 부문을 눈여겨 보는 자문위원도 있었다. 한 자문위원은“푸마와 계약이 종료된 지난 2007년 이후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이던 (주)이랜드가 새 브랜드 뉴발란스 도입 이후 실적이 나아졌지만 최근 성장세가 주춤해진 모습”이라고 했다. 매장은 늘고 있는데 매출은 정체되고 있다는 것. 그는“회사와 신평사들은 계절적 요인이라고 하지만, 뉴발란스가 초반 고성장세가 벌써 꺾인 게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