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E][Worst Rating]⑦이랜드에 A를 許하라?

"중국법인 신용등급 디스카운트 요소 반영안돼"
M&A재개로 부채비율 다시 높아져
  • 등록 2010-11-02 오전 11:01:30

    수정 2010-11-02 오후 3:29:22

마켓 인 | 이 기사는 11월 01일 11시 0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이랜드는 유난히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기업이다. 2평짜리 보세 옷가게의 대박 신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의 진수라며 박수를 치는 이가 있다. 반면 무리한 외형확장으로 위기를 맛봤던 회사, M&A는 곧잘 하는데 인수후 통합작업(PMI)에는 무능한 기업이라고 혹평하는 이도 있다.

혹평의 절정기는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하던 시절이다. 크레딧 시장 안팎에선 저 많은 부채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컸다. 홈에버는 기대했던 캐시카우 역할은 커녕 첨예한 노사 갈등을 빚으며 그룹 이미지만 실추시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홈에버 매장을 되팔면서 이랜드에 대한 우려는 반감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랜드에 대해 경계감을 풀지 못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최근 이랜드가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 의류시장의 불확실성, 잇따르는 M&A로 다시 높아진 채무부담 등을 감안할 때 이랜드 일부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고평가 됐다는 지적이다.

◇우리의 시각은 다르다

이랜드 그룹은 올 들어 신용등급이 오른 대표적 기업이다. 계열사별로 (주)이랜드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올랐고 이랜드리테일도 `BBB`에서 `BBB+`로, 중국 법인인 이랜드인터내셔널패션상하이(이하 이랜드인터내셔널) 역시 `A-`에서 `A`로 각각 한 단계 높아졌다. 앞서 작년말에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오르기도 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등급상향 배경은 주력 사업부가 제 역할을 시작했고 신사업 진출과 사업확장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과거보다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유통과 의류부문에서 매출과 수익성은 회복 추세다.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2008년 455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841억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중엔 7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08년 6.5%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들어 10.5%로 높아졌다. (주)이랜드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중국내 의류법인인 이랜드인터내셔널도 안착 단계를 넘어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크레딧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달랐다. 이번 SRE에서 확인했듯 이랜드의 신용등급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 119명 가운데 20명(17%)이 이랜드 그룹에 부여된 신용등급이 회사 펀더멘털보다 고평가 됐다고 답했다. 검토대상에 오른 40개 워스트레이팅 후보군중 7번째로 많은 지적을 받은 것이다.

◇해외법인 등급이 국내그룹 보다 높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가장 먼저 크레딧 시장의 입방아에 오른 것은 중국 법인인 이랜드인터내셔널(A)의 등급이다. 해외법인의 신용등급이 그룹내 최고 신용등급인 이랜드리테일(BBB+) 보다 두 계단이나 높다. 일단 이랜드인터내셔널의 등급을 `A`로 상향한 한국기업평가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자. 한기평은“이랜드인터내셔널이 꾸준한 성장세와 높은 수익성을 이어가고 있고 이랜드그룹과 일정수준의 절연관계(리스크 전가 차단)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등급을 상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SRE 자문위원들은“중국시장의 역동성과 이랜드인터내셔널의 성장세를 감안한다해도 `A`등급은 지나친 고평가”라고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중국법인의 성과가 지속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이랜드인터내셔널은 중국 여성복 시장에서 고가브랜드 전략을 취하며 높은 마진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대거 중국으로 진출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자문위원은 “아직은 중국 소비자들의 명품 인지도가 낮아 이랜드의 고가브랜드 전략이 먹히고 있다”고 했다. 그는“그러나 사실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이랜드는 존재감이 없는 브랜드”라면서“중국 소비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경우 이랜드의 고가전략이 계속해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중국의 규제환경도 걸림돌이다. 중국 경제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도 팍팍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세무조사와 노사분규 등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중국법인의 사세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SRE 자문위원은 “중국 법인에서 발생한 문제가 국내로 알려지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면서“국내 투자자들로선 조기에 위험을 감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이랜드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에 이같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반영됐다고 보기 힘들다”면서“중국시장의 성장성이 갖는 프리미엄만으로는 지금의 등급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함께 국내법인과의 리스크 차단 역시 향후 상호지급보증 가능성 등을 들어 100% 절연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시 높아지는 부채비율

이랜드는 크레딧 시장에서 한 차례 전과(前科)가 있었던 기업이다. 제 몸집 보다 훨씬 큰 부채를 안고서 공격적인 M&A에 나서 채권자들을 불안에 떨게했다. 몇몇 SRE 자문위원은“롯데나 신세계처럼 현금 동원력이 뛰어난 유통회사라면 모르겠지만, 이랜드와 같은
체급의 기업이 과도한 차입을 통해 M&A에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말했다. 그는“그나마 홈에버(현재 홈플러스와 합병)를 팔고 나온 것은 천운이었다”고 평했다.

홈에버 매각으로 분명 이랜드 그룹의 재무사정엔 숨통이 틔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M&A에 발동이 걸리면서 재무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들어 C&우방랜드와 동아백화점·동아마트를 인수하고 그랜드백화점 강서점을 사들였다. 가든파이브 등 한국형 백
화점 업태 영업도 시작했다. 그 결과 주력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부채비율은 2008년 80.4%에서 지난해 131.1%. 올 상반기 202.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23.2%에서 29.5%, 37.9%로 심화됐다. 한 SRE 자문위원은“성장과 수익기반 다변화를 위해 이랜드는 계속해서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과거처럼 무리한 외형확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차입을 통한 M&A는 회사채 시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랜드 그룹의 국내 패션사업 부문을 눈여겨 보는 자문위원도 있었다. 한 자문위원은“푸마와 계약이 종료된 지난 2007년 이후 부진한 영업실적을 보이던 (주)이랜드가 새 브랜드 뉴발란스 도입 이후 실적이 나아졌지만 최근 성장세가 주춤해진 모습”이라고 했다. 매장은 늘고 있는데 매출은 정체되고 있다는 것. 그는“회사와 신평사들은 계절적 요인이라고 하지만, 뉴발란스가 초반 고성장세가 벌써 꺾인 게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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