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 시민 반응은…'효과 의문' VS '더 지켜봐야'

서울시내 5곳 시범판패·담배 10종 우선적용
"그림크기 작다"·"담배케이스에 무용지물" 지적
"'지나친 혐오감 안 된다' 조항 반영해"
  • 등록 2016-12-26 오전 5:00:00

    수정 2016-12-26 오전 5:00:00

흡연 경고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처음으로 시범 판매된 지난 23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던 흡연경고그림 부착 담배 10종. 기자가 손에 든 담뱃갑 안에는 구강암에 걸린 환자의 사진과 함께 경고문구가 표기되어 있다. (사진=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유현욱 유태환 기자] “내 돈 주고 내가 피우겠다는데 이런 불쾌한 그림까지 봐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편의점. 22년차 애연가인 회사원 장지용(42)씨는 자신이 구입하려던 담배에 경고그림이 부착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이렇게 말했다. 장씨는 “20,30년 넘게 금연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해도 못 끊던 사람들이 고작 그림 하나에 담배를 끊겠냐. 피우는 사람 기분만 상하게만 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은 경고그림을 부착한 담배를 시범판매중인 곳이다. 복지부는 작년 1월 담뱃값을 갑당 2000원씩 인상한데 이어 23일부터 담배회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담배의 포장지 상단에 경고그림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했다.

“20년 넘게 피운 담배 경고그림에 끊겠냐?”

보건당국이 비가격 흡연규제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23일부터 서울 시내 편의점 5곳을 선정해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경고그림을 부착한 담배를 시범 판매하고 있다. 시범 판매점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과 강남, 고속터미널 등이다. 시범 판매점들은 경고그림을 부착한 10종의 담배 한 보루씩을 매대에 진열했다. 담뱃갑 상단엔 목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후두암 환자와 피부노화가 진행되는 얼굴, 아기 얼굴로 향하는 담배연기 등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10종의 경고그림이 부착돼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시범 판매점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담배 브랜드는 총 90종이며, 그 중 10종에 한해서만 경고그림을 부착해 판매중”이라며 “내년부터 차츰 경고그림이 부착된 담배의 진열 비중을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판매점에서 경고그림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애연가들이 경고그림에 겁먹고 담배를 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직장인 윤모(29·여)씨는 “경고그림을 보고 잠시 경각심이 들긴 했다”면서도 “다만 담배 케이스를 사서라도 담배를 피우겠다는 흡연자들이 많은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고그림 자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시민들도 있다. 대학생 정모(23·여)씨는 “그림의 크기가 작아서 생각만큼 충격적이진 않다”며 “그림이 들어간 부분만 포장지로 가리면 그만이지 않나”고 되물었다. 실제로 경고 문구를 제외한 흡연 경고 그림크기는 담뱃갑의 3분의 1 정도다.

국가금연지원센터 관계자는 “‘담뱃갑에 들어갈 경고그림이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어선 안된다’는 단서조항에 때문에 그림의 크기를 조정하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사진의 사용도 피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중순부터 본격 유통…좀더 지켜봐야

다만 아직 시범판매 중인 만큼 경고그림을 부착한 담배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내년 1월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생산 후 유통과정이나 기존에 유통되던 담배들이 소진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고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시기는 내년 1월 중순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부 권모(45)씨는 “중학생 아들에게 흡연이 가져다줄 위험성을 알려주고자 일부러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배를 한 갑 샀다”며 “정책 시행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담뱃갑 경고그림 표기 정책은 지난 2001년 캐나다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래 현재 전세계 101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보건당국은 경고그림을 도입한 18개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고그림이 부착된 담배의 판매로 약 4.2% 가량 흡연율 감소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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