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이다]①워라밸 앞장서는 한화건설.. "안식월, 가장 값졌던 한달"

과장 이상 승진자 대상 한달 휴가
출근시간 스스로 결정 유연근무제
야근 잦은 팀은 원인 분석 '멘토링'
일하는 방식 혁신통해 경쟁력 높여
  • 등록 2018-09-17 오전 4:10:00

    수정 2018-09-17 오전 8:06:02

한화건설은 안식월 제도를 도입하고 유연 근무제를 적용하는 등 미래지향적 기업 문화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한화건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안식월 지내는 한 달 동안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나니 이젠 아이들이 먼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와의 일을 얘기하네요.”

중학생 1·3학년 아들 둘을 둔 안창훈 한화건설 해외건축설계팀 과장은 지난해 5월 아버지로서 소소하지만 값진 한 달을 보냈다. 그는 아들의 아침을 챙겨 학교에 보내고, 저녁을 차려 하교한 아이들과 같이 밥 먹었다. TV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보거나 당구장이나 노래방, 야구장 등에 가며 함께 하는 시간도 늘렸다.

안 과장은 “해외 현장에서 근무하거나 한국에 있어도 출근은 빠르고 퇴근은 늦다보니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데면데면 했지만 안식월 이후 아이들과의 유대관계가 형성됐다”며 “업무에 임할 때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한화건설은 지난해 4월 안식월을 도입했다. 이는 과장~상무보 승진할 때 승진 특별휴가에 개인 연차 등을 더해 한 달 동안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제도다. 최근 유행으로 등장한 ‘OOO에서 한 달 살기’가 가능해진 셈이다.

앞서 한화건설은 2016년 ‘젊은 한화’로의 변화를 선언한 그룹에 맞춰 조직 문화를 혁신하고자 시범 프로그램인 ‘혁신·소통·효율(I.C.E: Innovation, Communication, Efficiency)’를 발표하고 조직 문화 혁신에 나섰다. ‘조직 문화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공감대 아래 한화건설은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사내 협의를 거쳐 안식월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안식월 시행 초기엔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전사 차원에서 안식월을 쓰도록 독려하다 보니 참여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되레 안식월을 보내지 않는 직원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정도가 됐다.

천상진 한화건설 플랜트사업본부 차장은 “해외 현장에서 근무하면 넉 달에 한번씩 휴가를 받지만 부모님과 처갓집, 회사 등을 다녀오면 가족만의 시간을 갖긴 어려웠다”며 “안식월에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족에게 묵은 빚을 조금이나마 갚았다”고 말했다.

안식월을 보낸 직원의 만족도도 높다. 직원들 사기가 높아질 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도 커졌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안식월에 캐나다 전역을 여행한 민병철 한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 과장은 “사회생활하다보니 위축되고 꿈도 없어졌지만 이번 안식월을 이용해 넓은 세상을 다닌 이후 새로운 업무를 접할 때 두려움이 없어지고 배포가 커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800㎞ 거리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도보로 다녀온 이정화 개발사업실 차장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안식월을 이용해 캐나다 전역을 돌아본 민병철 한화건설 토목환경사업본부 과장. 사진=한화건설


이뿐 아니라 한화건설은 유연근무제도 도입했다. 직원들 스스로 오전 7~9시, 1시간 간격으로 출근 시간을 선택하고 정해진 근무시간이 지나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도록 보완책도 더불어 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데 따라 업무용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off)제를 실시한다.

일과가 끝난 시간에 컴퓨터를 쓰려면 ‘야근 신고제’로 해당 부서장에게 미리 승인받아야 한다. 야근이 잦은 팀은 근본적 원인을 분석해 멘토링하는 ‘업무 클리닉’ 대상에 포함된다.

유연근무제에 참여하는 직원 가운데 92%가 “업무 성과와 조직 문화 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만큼 유연근무제 도입에 호의적이었다는 얘기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심하게 야근하는 사례가 거의 사라지고 외려 눈치 보며 야근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업무 클리닉을 운영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며 “경영진까지 야근 현황을 보고받아 각 팀 부서장도 야근 사유를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전했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30분에 퇴근하는 하태기 한화건설 해외토건기술팀 과장은 “등교를 아내가, 하교를 제가 맡아 육아를 분담한다”며 “방과 후 초등학생 2·4학년 자녀의 숙제를 봐주거나 놀아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현장이 많은 건설사에서 이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던 데 대해 한화건설 관계자는 “임직원의 직장 내 만족도가 높고 일하고 싶은 회사가 돼야 생산성도 높아진다”며 “각 현장도 상황에 맞춰 A·B조 등 교차근무제를 활용하고 2주 단위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주 52시간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화건설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위한 노력과 함께 업무 시간에 집중하는 조직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본사 직원은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집중 근무제를 실시, 불필요한 회의나 통화를 최소화하고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한다.

[이데일리 이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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