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소비자 알 권리 막는 약사법, 제2의 타미플루 사태 터질라

현행 약사법,전문의약품 대중광고 원천 금지
소비자 알권리 차단당해 의약품 부작용 숙지못해
의,약사단체 처방권 고유권한 침해 반대 논리
의,약사 처방권 전권행사로 제약사 리베이트 성행
  • 등록 2019-01-11 오전 5:00:00

    수정 2019-01-11 오전 5:00:00

[이데일리 류성 산업전문기자] “전문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를 차단하는 현행 약사법 아래서는 제2,제3의 타미플루 사태는 언제든지 터질수 있다.”

최근 만난 한 메이저 제약업계 임원은 환자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돼 있는 전문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등을 소비자가 알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현행 약사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얼마전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의 부작용으로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소비자의 알권리’가 논란이 되고있다. 이번에 사망한 여중생의 부모도 환각등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약사법 68조 ⑤항은 △전문의약품 △전문의약품과 제형,투여 경로 및 단위제형당 주성분의 함량이 같은 일반의약품 △원료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의약품을 광고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의학·약학에 관한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전문매체에 광고하는 경우는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의사,약사가 전문의약품의 부작용을 사전에 환자에게 상세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환자는 인지를 할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다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전문의약품에 대한 효능이나 부작용을 알기가 어려워 최근 발생한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사망 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 금지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200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금지한 약사법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제약사가 약 광고뿐아니라 약과 관련된 공익광고도 못하도록 금지규정을 강화했다.의약품 광고에 대한 심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임받은 사단법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대행하고 있다.

타미플루 제품 사진. 연합뉴스 제공
반면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엄격하게 의약품 관리를 한다는 미국에서조차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처(FDA)는 “전문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정확한 약의 효능과 부작용등을 알수 있게 해야 의약품 오·남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다”고 그 취지를 설명한다.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그간 전문의약품에 대한 일반광고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줄곧 있어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의약권 처방권의 침해등을 주장하는 의·약사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실제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가 소비자 알권리를 보호하고 제약사와 의사 약사 간 만연해 있는 리베이트를 근절한다는 취재에서 전문의약품에 대한 일반광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의·약사 단체의 반대로 좌절됐다.

2017년에도 국무조정실 산하 신산업투자위원회에서 주도해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아래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등에 전문의약품에 대한 대중광고 허용을 추진했으나 관련 업종 단체들의 반대로 유야무야됐다.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반대하는 의·약사 단체는 “소비자가 전문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알게 될 경우 약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의사 약사의 처방권을 침해하게 되면서 역효과가 커질 것이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중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전문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알수 있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 대중의 건강 인식도를 높이고 의사와 환자 간 의사소통을 개선할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의사,약사 단체가 고유 처방권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제약사와 의사·약사 단체간에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리베이트’가 자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차단돼 있는 환자에게 어떤 처방약을 쓸지에 대한 구매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의사·약사가 행사하는 상황에서 처방약을 하나라도 많이 팔아야 하는 제약업체로서는 의사·약사들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대중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한국정부에 대해 이를 허용하라는 미국 제약업계의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의 제약·바이오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인 미국연구제약공업협회(PhRMA)는 일본 정부에 “환자가 치료선택을 하기 위한 정보제공이 규제되고 있는데 시대에 맞지않는 규제다”며 “환자에 대한 전문의약품 광고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항의했다.일본은 한국처럼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광고를 심의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전문의약품의 일반광고를 금지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아래 약사법 개정을 검토중이서 귀추가 주목된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대중광고를 금지하는 현행 약사법은 시대적 흐름상 개편의 필요성이 있다”며 “환자가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구매결정권을 정작 환자는 전혀 갖지 못하고 전적으로 의사가 행사하는 현행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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