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렁에 빠진 한국 수출, 역대 최고라며 뒷짐만 진 정부

  • 등록 2022-05-04 오전 5:00:00

    수정 2022-05-04 오전 5:00:00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 수출이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이 557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2.6% 증가하며 4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겉만 보면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달 물량 기준으로는 1년 전에 비해 5.6%가 줄었다. 수출량은 줄었는데도 단가가 올라 금액만 늘어났을 뿐이다. 공급망 위기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나타난 착시 현상이다.

수출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험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수출이 금액 기준으로는 20~3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지속적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2021년 12월호에 따르면 1일 평균 수출물량 증가율은 지난해 7월 9.6%에서 10월에는 3.4%까지 떨어졌다. 이런 추세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주요 도시 봉쇄라는 대형 악재와 겹치면서 지난달에는 감소세로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출이 금액기준으로 역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 강조하면서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낸 것에 대해서도 수입액 급증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적자의 원인을 수입 급증에만 돌리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한은은 지난 2월에 낸 보고서에서 “우리 수출은 현재 견고한 상승세에 있고, 당분간 견실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과 전망은 모두 빗나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한국 수출이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수출이 호황 국면을 지나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86%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수출 애로 요인 해소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 주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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