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은 사상 첫 빅스텝, 경기보다 물가안정이 먼저다

  • 등록 2022-07-14 오전 5:00:00

    수정 2022-07-14 오전 5:00:00

한국은행이 물가잡기에 나섰다. 한은은 어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한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이달까지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은은 경기를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물가 억제를 위한 고강도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져올 충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은이 비상 조치들을 동원한 것은 올들어 소비자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대 고물가가 앞으로 적어도 3개월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물가 상승이 전쟁이나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촉발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소비자들의 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대값)이 5월 3.3%에서 지난달 3.9%로 급등한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이는 고물가가 단기간에 수습되지 않고 고착화 장기화 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 임금 상승을 부추기게 되고 ‘고물가·고임금·고물가’의 악순환 함정에 빠져 자력으로 혜쳐 나오기가 어려워진다. 한국경제는 이 단계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까지 치솟았고 무역수지는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으며 조만간 한 미간 금리 역전도 예상된다. 경제의 어느 한 구석도 환한 곳이 안 보인다.

한국경제는 현재 국난에 버금가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과 대처는 지나치게 한가해 보인다. 복합위기를 풀어나가는 순서는 물가안정이 가장 먼저다. 물가안정 없이는 경기나 고용 유지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한은의 선제적 대응은 적절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이 취약 계층과 한계기업 등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 하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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