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초대형 스팩 꺼낸 삼성·하나증권…성공할까

IPO 시장 냉각에 초대형 스팩 부활
삼성·하나증권, 300억 공모규모 이상 스팩 상장
증권사 실적 악화에 스팩시장 공략
발기인 및 의무보유확약 등에 스팩주 희비
"스팩 규모 클수록 합병비율 조율 어려워"
  • 등록 2022-10-31 오전 5:11:00

    수정 2022-10-31 오전 5:11:00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은 가운데 증권사들이 초대형 스팩(SPAC)을 설립하면서 관심이 쏠린다. 이달 상장한 삼성증권의 초대형 스팩은 공모가 1만원을 크게 상회한 반면, 하나증권의 스팩은 공모가를 하회하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선 IPO 시장의 악화에 따른 대안으로 스팩 상장이 부상하며 300억원 규모 이상의 초대형 스팩이 부활했지만, 규모가 큰 만큼 합병 대상을 발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IPO 시장 위축에…증권사, 초대형 스팩 설립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공모가 1만원의 초대형 스팩인 삼성스팩7호, 하나금융스팩25호가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이달 26일 상장한 삼성스팩7호는 공모금액 300억원 규모로 설립됐다. 하나금융스팩25호는 지난 20일 상장했으며, 공모 규모는 400억원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다. 통상 기업가치가 1000억~2000억원 미만으로 작고 직접 상장이 어려운 기업들이 스팩 합병을 활용하기 때문에 공모 금액이 50억~200억원에서 설립된다.

3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스팩은 지난 2010년 이후 종적을 갖췄다. 주식 시장 호황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기업가치가 큰 기업들은 직접 상장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팩은 3년 이내에 합병기업을 찾지 못하면 해산되기 때문에, 300억원 이상 규모의 스팩은 합병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낮아 실패 모델로 평가됐다.

10년 만에 초대형 스팩이 다시 시장에 등장한 건 그만큼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반증이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기업 규모가 큰 업체들조차 수요예측에서 참패를 겪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큰 기업들조차 스팩 상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전망에 증권사들이 초대형 스팩 상품을 다시 내놓기 시작했다. 증권사 역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감소와 채권평가 손실에 따른 실적 쇼크가 심화하자, 스팩 시장에서 수익원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스팩 상장과 합병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인수 및 자문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데 공모 규모가 커질수록 확보할 수 있는 수수료도 많아진다.

이달 상장 초대형 스팩 주가 희비…왜?

이달 삼성증권과 하나증권이 상장한 초대형 스팩의 주가를 보면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스팩7호는 지난 28일 1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대비 3.91% 하락했지만, 공모가(1만원) 대비 35% 상승한 수준이다. 지난 26일 상장 당시 삼성스팩7호는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71.5% 상승한 1만7150원에 형성됐다. 상장 당일 초반에는 1만8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시초가 대비 17% 넘게 내린 1만41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한 바 있다.

하나증권의 초대형 스팩인 하나금융스팩25호는 지난 28일 96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보다 0.41% 하락한 수준이며, 공모가(1만원)에 비해서도 3.2% 하락했다. 하나금융스팩25호는 지난 20일 상장 당일에도 9760원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하나증권보다 삼성증권의 초대형 스팩에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팩은 상장주관사인 증권사와 발기인의 역량에 따라 합병 성사가 갈려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발기인은 스팩의 경영진으로서 초기 자본을 제공하고 합병 대상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데, 삼성스팩7호의 발기인은 다올인베스트먼트, 에이씨피씨, 혁신아이비자산운용, 삼성증권 등이다. 하나금융스팩25호의 발기인은 에이씨피시, 앤퍼니, 비엔케이벤처투자, 하나증권 등이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스팩7호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28.47%다. 반면 하나금융스팩25호는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없다.

다만 스팩의 경우 주가가 오르는 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상장된 스팩의 주가가 높을 경우 피합병 기업과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피합병 회사의 지분가치가 줄어 합병대상을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높은 밸류에이션을 원하기 때문에 스팩 합병을 성사시키는 데 난관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 앞선다. 유경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인 문제는 스팩 사이즈가 커지면 이익 기반의 기업보다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들이 대다수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이런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이 높은 만큼 합병비율을 조율하는 작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장성이 큰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판단 아래 기업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정하기를 원하는 반면, 스팩 주주는 저렴한 가격에 합병되는 것을 원한다”며 “스팩 주주들이 기업에 유리한 합병 비율에 반발하면 주총 의결을 거치는 과정에서 합병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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