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용세습 조항 안 고친다”…시정명령 내린다지만 효과 의문

단체협약상 노조 자녀 채용 조항 개선 거부 기업 27곳
고용부, 기아·엘지유플러스·현대위아 등 시정명령 ‘임박’
위법성 다툼 소지에 솜방망이 처벌…보여주기식 조치 지적도
“공정 채용이 시대정신…노사가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모습 보여야”
  • 등록 2022-12-08 오전 5:00:00

    수정 2022-12-08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년 퇴직자나 장기근속 노조원의 자녀를 채용하도록 하는 단체협약상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고치지 않겠다는 기업이 기아자동차, 엘지유플러스 등 2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용세습 조항을 폐지하라는 시정명령 절차에 돌입했지만, 위법성을 다툴 소지도 많은 데다 처벌 강도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보여주기식 조치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원들이 노조법 2ㆍ3조 개정 등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조원 자녀 채용 조항 못 바꾼다”…20개 기업 시정명령 임박

7일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단체협약에 노조원 자녀에 대한 우선·특별 채용 관련 조항이 담겨 고용부가 시정명령 절차를 밟고 있는 사업장이 2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지난 8월부터 이른바 고용세습 조항이라 불리는 단체협약 내용에 대해 시정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고용세습 조항 폐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노조의 자녀 우선 채용이 산업 변화, 청년 실업난을 고려할 때 좌시할 수 없는 관행이라는 것이다. 고용부는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통해 이뤄지는 고용세습은 헌법 11조에서 보장한 평등권, 고용정책기본법 7조에서 정한 취업 기회의 균등한 보장, 민법 103조에서 정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등을 위배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100인 이상 사업장 중 고용세습 조항이 담긴 사업장은 총 63곳이었다.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업무 외 상병자, 직원의 직계가족 채용이 58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조 또는 직원의 추천자를 채용이 5건이었다. 고용세습 조항이 있는 사업장 규모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이 52.4%로 절반을 넘었고,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68.3%(43개)를 차지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고용부가 시정조치를 추진한 이후 지난달 말 기준 해당 조항을 개선한 사업장은 33곳이다. 또 조사 과정에는 고용세습 조항이 있었지만, 단체협약 기간이 만료됐거나 폐업한 사업장이 3곳이다. 즉 나머지 27곳의 사업장은 고용세습 조항을 고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고용부는 미개선 사업장에 대해 시정명령 절차에 착수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단체협약이 법령에 위반되면, 행정관청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 고용부가 시정명령을 하려면 지방노동위원회의 의결을 먼저 거쳐야 한다. 지노위 의결은 통상 60일가량이 소요된다.

이에 현재 지노위의 의결이 끝나고 시정명령을 앞둔 곳은 원광대 산본병원과 한국알프스 2곳이다. 현재 지노위의 의결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기아자동차(000270), 엘지유플러스, 케이조선, 현대위아(011210), 효성중공업(298040) 등 18곳이다. 또 아직 지노위에 의결을 요청하지 않은 기업도 삼양옵틱스(225190), 대동(000490) 등 7곳이다. 고용부는 미요청인 곳은 의결 절차를 밟고, 의결이 진행 중인 곳은 결정 이후 곧바로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노위 의결 후 곧바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2개월의 개선 기간을 준다”며 “개선 기간에도 단체협약 조항을 고치지 않으면 노조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시정명령을 내린 곳은 없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지노위의 의결 후 30일 이내 의결 결정서를 받아야 시정명령을 할 수 있는데, 아직 결정서까지 받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위법성 다툼 소지에 솜방망이 처벌까지…“보여주기식 조치”

그러나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보여주기식 조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이미 고용세습 조항이 사문화돼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시정명령을 불이행해서 재판에 넘어간 뒤 위법성을 인정받아도 벌금의 수준은 500만원 이하에 그치는 등 처벌 수준도 약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고용세습 조항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라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민간 기업의 채용 방식 자유에 대한 정부가 과도한 개입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재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은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결도 있어 시정명령에 대한 법적 다툼 소지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노조 입장에서는 아무리 사문화된 조항이라도 본인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순순히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공정한 채용이 시대정신이 되는 상황에서 위법성 유무로 논란을 키우기보다 노사가 선제적으로 공정 가치를 우선에 두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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