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in] 웽거 감독에겐 특별한 게 있다.

  • 등록 2007-09-05 오후 2:03:41

    수정 2007-09-06 오전 1:09:29

▲ 아르센 웽거 감독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축구 명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측불허의 전술 구사 능력,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는 용병술, 스타를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 강한 승부욕은 기본인양 이야기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관찰, 인내, 상상력, 의사소통 능력을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제시하기도 했다.

덧붙여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그만의 특별한 게 있어야 한다. 어린 유망주를 발굴,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내는 아르센 웽거 아스널 감독의 안목과 조련 능력이 대표적이다.

▲다시 주목받는 웽거 리더십
웽거 감독의 지도력이 2007~200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초반 다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시즌 전의 온갖 우려를 불식하고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전 전문가들은 아스널의 올 시즌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간판 스타 티에리 앙리(바르셀로나)와 지난 1998년부터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프레디 융베리(웨스트 햄)가 떠났지만 눈에 띄는 보강 작업은 없었던 탓이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스널은 마치 방관자와 같았다. 리버풀, 맨유, 토트넘 등 라이벌들이 거액을 들여 각각 페르난도 토레스, 오언 하그리브스, 다렌 벤트 등 거물들을 영입하는 동안 아스널은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또 비교적 이름값이 떨어지는 에두아르도, 사냐, 디아라 등을 데려오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적시장을 누볐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특히 앙리의 공백을 메울 세계적인 선수를 기대했던 아스널 팬들은 웽거 감독이 크로아티아 대표 출신의 스트라이커 에두아르도를 스카우트하는 것으로 갈음하자 실망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하자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맨유, 첼시, 리버풀 등과 정상을 다투기에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팀 당 4~5경기씩 치른 4일 현재 아스널은 3승1무로 리버풀(3승1무)에 골득실에서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맨유(2승2무1패)와 첼시(3승1무1패)가 벌써 1패씩을 안은 것과 대조적이다. 전적 뿐만 아니라 아스널은 경기 내용도 탄탄하다.

지난 2일 아스널에 1-3으로 완패한 포츠머스의 해리 레드넵 감독이 “아스널이 이적시장에서 돈을 많이 썼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정상을 다투기에 충분한 자원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앙리가 없다고 흔들릴 아스널이 아니라는 의미다.

아스널의 이같은 힘은 결국 웽거 감독의 능력에서 비롯된다. 될성 부른 재목을 미리 알아보고 데려와 거목으로 키우는,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웽거 감독의 비상한 재주가 그것이다. 이런 능력이 있으면 구태여 이미 스타덤에 오른 선수에 연연하거나, 돈을 많이 쓸 이유가 없다.

현재의 아스널은 이런 웽거 감독의 작품이다. 세스크 파브레가스(20), 아데바요르(23) 로빈 반 페르시(24) 콜로 투레(26) 등 웽거 감독이 일찌감치 재능을 알아보고 착실하게 키운 ‘젊은 피’들이 ‘앙리없는 아스널’의 주춧돌 노릇을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로 앙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던 웽거 감독의 자신감이 허튼 소리가 아니었던 셈이다. 아스널 주전 가운데 30세가 넘는 선수는 GK 얀스 레만, 질베르토 실바 등 2명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축구는 위대하다
“돈은 항상 충분할 수도, 부족할 수도 있다. 100파운드를 가지고 있을 때 상대팀이 200파운드를 쓴다면 200파운드를 원하게 된다. 그래서 200파운드를 확보하면 상대는 400파운드를 가지고 있다. 어디서 멈추겠는가.” “누구라도 팀 빌딩을 통해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축구는 위대하다”

포츠머스전을 마친 뒤 웽거 감독이 한 말이다. 선수 발굴 및 육성에 대한 웽거 감독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이에따른 웽거 감독의 성과는 돋보인다. 철저한 무명에서 국제 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로 성장했던 라이베리아의 조지 웨아를 발굴한 것도 웽거 감독이었고 니콜라스 아넬카를 스타로 키운 것도 그였다.

특히 아넬카를 파리 생제르망에서 겨우 50만 파운드에 데려와 2년 뒤 레알 마드리드에 2230만 파운드에 팔면서 그 돈으로 티에리 앙리, 로버트 피레스, 실비앙 윌토르 등 세 명을 영입, 팀의 중심으로 만든 것은 웽거 감독 능력의 백미다. 현재의 파브레가스, 콜로 투레, 로빈 반 페르시 등도 아스널에 올 때만 해도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졌던 선수들이었다.

구단 입장에서 볼때 이런 웽거 감독은 보물과 다름없는 존재다. 남보다 적게 투자,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아스널이 1000만 파운드 이상의 몸값을 지불하고 스카우트한 선수가 안토니오 레예스, 윌토르 등 단 두명이지만 같은 기간 첼시는 16명, 맨유와 리버풀은 각각 8명과 6명의 선수를 1000만 파운드 이상을 들여 영입했다.

웽거 감독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올린 성적은 더 빛이 난다. 지난 1996년 아스널 사령탑을 맡은 이래 프리미어리그 우승 3회(1998, 2002, 2004), FA컵 우승 4회(1998, 2002, 2003, 2005), 더블 2회를 이룬 것을 비롯, 2003~2004 시즌에는 사상 처음으로 무패로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차지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아스널은 ‘빅 4’에서 밀려난 적도 없다. 현역 프리미어리그 지도자 가운데 맨유의 퍼거슨 감독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 꼽을만 하다.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

사정이야 한참 다르지만 재정 사정이 열악한 K리그 구단들의 경우 웽거 감독 같은 지도자를 모셔온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여길 법하다.


▲ 책임감 때문에 아스널에 남을 듯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웽거 감독의 거취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아스널과의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를 아스널로 이끌었던 데이비드 데인 부회장이 구단을 떠나 그도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는 아스널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아스널과 협상 중이지만 계약을 연장하는데 아무런 장애물도 없다. 수일 내에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밝혀 재계약을 시사했다.

그리고 그는 아스널과 계속하고 싶어하는 이유로 “내가 영입한 젊은 선수들을 보면 책임감 같은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순히 찾아 키우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다.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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