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변호인', 용두사미냐 화룡점정이냐(인터뷰)

'설국열차' '관상' 이어 '변호인'으로 2000만 배우 도전
'변호인'서 노무현 전 대통령 변호사 시절 연기
생전 두 번 만나.."단역배우에 관심 인상적"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뭐가 겁나?" 아내 말에 용기
  • 등록 2013-12-10 오전 8:16:56

    수정 2013-12-10 오전 9:52:45

영화 ‘변호인’은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혁명이 동시에 이뤄진 19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송강호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3년이 전부 1980년대에 걸쳐 있다”며 “전역 후에는 연극에 미쳐 살았다”고 영화 속 ‘송변’과는 다른 방식으로 치열했던 자신의 80년대를 떠올렸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배우 송강호(46)의 출연작은 크게 둘로 나뉜다. 흥행작이거나 화제작이거나. ‘설국열차’는 이 둘을 모두 아울렀고, ‘관상’은 앞에, ‘변호인’은 뒤의 경우다.

영화의 주인공은 고졸 출신 판사에서 당시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송우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국민배우 송강호를 통해 스크린에 부활하는 셈이다.

화제의 중심에는 노 전 대통령이 있다.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학림사건을 정면에서 다뤘다. 전두환 독재 정권이 사회과학독서 모임에 참여한 학생, 교사, 회사원 등을 용공세력으로 조작해 불법 감금, 고문한 사건을 말한다. 이 같은 사실은 송강호와 그의 새 영화 ‘변호인’을 기대와 논란의 중심 꼭대기에 올려놨다.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송강호는 “운명 같다”고 ‘변호인’과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한차례 출연을 거절했다가 시나리오가 자꾸 눈에 밟혀 뒤늦게 마음을 바꾼 일화는 유명하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연기를 보일 수 있을까 두려웠다는 게 이유다.

“시나리오를 받으면 최대한 빨리 답을 하는 편이에요. 하루를 안 넘길 때가 잦죠. 그래야 제가 거절을 하더라도 다른 배우를 빨리 섭외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도 같았는데 거절한 시나리오를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거예요. 무려 일주일 동안이나요. 결정이 빨라도 너무 빨랐나 후회했어요.”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을 때 아내의 묵직한 한마디가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당신이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20~30대 배우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뭐가 겁날 게 있어”. 그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도 용기를 많이 줬지만, 아내의 이 말 한마디가 ‘변호인’ 출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내심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
‘변호인’의 첫 느낌은 ‘버겁다’였다. 이후에는 ‘따뜻함’에 끌렸고, ‘내 작품이다’ 마음먹은 이후에는 온 힘을 다했다. 촬영 전 대본 연습을 하고, 세트장에 나가서 연기 연습을 한 건 영화 일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이다.

“1분1초, 단 한 프레임도 허투루 보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분의 치열했던 80년대, 고귀한 삶에 티끌 하나라도 묻히면 안 된다는 각오로 연기했습니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변호인’ 현장은 늘 화기애애했어요. 그런 화목함 뒤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죠.”

송강호는 노 전 대통령과 직접 마주한 일화도 소개했다. 재임 기간에 두 번 만났다고 했다. 한번은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귀국했을 때, 또 한 번은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을 때다.

“‘밀양’ 팀 식사자리에서 이창동 감독님과 대화를 주고받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단역 배우들까지도 그렇게 연기를 잘하느냐?’ 감탄하시며 캐스팅에 관심을 보이셨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연기하며 특별히 참고한 부분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열정’을 꼽았다. “제 경우에는 노 전 대통령 하면 청문회 때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물불 가리지 않고 옳고 그름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드러내던 모습요. 그분의 특정한 말투, 몸짓 등을 생각하며 연기하진 않았지만, 진실을 위해 파고드는 열정은 담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송강호는 올 한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배우다. ‘설국열차’(934만 명)와 ‘관상’(913만 명) 두 편의 영화로 1847만 관객을 동원했다. ‘변호인’으로 153만 관객만 모으면 한 해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로 2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최초의 배우가 된다. 연기력으로는 이미 앞선 두 편의 전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흥행배우로서도 ‘화룡점정’할 수 있을까.

“앞선 두 편의 작품과 달리 이번 영화는 관객 반응이 좀처럼 예상이 안 된다”는 송강호는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정치적으로 열광하는 사람은 아니다. 정치적인 의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관객분들도 부담 없이, 선입견 없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 역으로 열연한 배우 송강호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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