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상장사는 총 11개로 이중 63.6%인 7개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시현했다.
기업별로는 케이엠제약(225430)이 123억3000만원으로 순손실 금액이 가장 컸고 나무기술(242040)도 53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마이크로텍(227950)(47억4000만원) 한송네오텍(226440)(27억9000만원) 한컴유니맥스(215090)(15억6000만원) 인산가(277410)(10억4000만원) 에치에프알(230240)(8억원)등 순이다.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호기롭게 출발해야 할 상장 첫해 이들 기업이 순손실을 나타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상장 비용 때문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스팩 합병은 합병 계약일과 등기일자 사이 주가가 변하면 그만큼 비용 처리하게 돼 있다”며 “상장 비용이 회사에 부담은 없지만 재무제표상 손익이 악화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스팩의 공정가치를 시가총액이라고 규정했을 때 합병을 결의한 날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서 합병일 800억원으로 줄었다면 차익인 200억원을 상장 비용으로 인식, 영업 외 손실로 처리해야한다는 것이다.
증시 상장 절차 간소화 등의 이유로 스팩 합병을 결정한 회사들은 예상치 못한 회계처리 비용에 난감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팩과 합병한 상장사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팩 합병을 결정할 때만 해도 상장 비용이 수십억원대에 달하는지는 몰랐다”며 “회계 기준이니 받아들여야 하고 기관투자가들도 이해하는 편이지만 상장 첫해를 순손실로 시작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직접 현금 흐름과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대외 신인도 하락 등도 우려 사항이다. 이 CFO는 “금융권 대출 시 정성 평가에서는 사정을 감안할 수 있지만 단순 기계적인 평가에서는 순손실이 감점 요인이 돼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