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채권 지뢰밭 터지나…금융위기 '경고등'

북미 회사채 부도위험지수, 8년來 최대폭 급등
코로나·유가 더블쇼크에 시장 요동
신용등급 낮은 회사채 직격탄 우려
  • 등록 2020-03-11 오전 12:01:00

    수정 2020-03-11 오전 12:01: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유가 폭락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랜 기간 저금리로 인해 급성장한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신용위기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전세계 금융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인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9일(현지시간) 미국 비우량 회사채의 부도 가능성을 지수화한 마킷 CDX 북미 하이일드 인덱스는 이날 145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최대폭으로 오른 것으로, 지수 자체도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하이일드 인덱스 역시 하루새 79.7bp 올라 633.3bp까지 치솟았다. 작년 말 393bp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60% 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만큼 비우량 기업이 파산하거나 채무불이행에 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기업들의 자금조달 금리도 껑충 뛰었다. 지난달 14일에만 해도 미국 투기등급 기업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국채금리보다 2.84%포인트만 더 얹어주면 됐지만 지금은 5.73%포인트를 더 줘야 한다. 이 정도면 꾸준히 수익을 내는 기업일지라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경고등이 켜진 곳은 미국 에너지 기업이다. 미국 투기등급 에너지 기업의 회사채 금리와 같은 만기의 국채 금리 차이는 1월 6.12%포인트에서 최근 10.8%포인트로 두배 가까이 벌어졌다. 당장 미국 셰일가스 업체 줄도산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항공사나 여행사 등 코로나19로 인해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업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업들이 ‘제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도이치방크는 “9일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대학살 수준이었다”며 “관건은 유동성 경색 상황이 에너지 시장에서 하이일드채권 시장으로 전염될 것인가인데 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으로 몰렸던 자금도 줄줄이 이탈하면서 신용 경색 우려를 높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투자등급·투기등급·신흥시장 회사채 펀드에서 지난 한 주간 161억달러가 빠져나가 2013년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긴축발작(테이퍼 텐트럼) 사태 이후 최대 유출을 기록했다.

손은정 KB증권 연구원은 “단기간 내 유가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에너지섹터를 시작으로 하이일드 투자심리가 크게 훼손되고 투자 자금이 유출되면서 하이일드채권과 레버리지론, 그리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대출채권담보부 증권(CLO) 모두 투자자들의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실장은 “하이일드 채권 금리가 치솟고 신흥국 통화가치는 급락하는 한편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오르는 등 금융지표를 보면 유동성이 말라가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나 유가급락 상황이 더 지속되면 경기가 순환적으로 가지 않고 꺾이면서 금융에 영향을 주고 신용경색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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