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6%로 이미 한은 전망치(4.5%)를 넘어선 데다, 3분기 중 7%대 물가가 우려되는 등 물가 정점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맞서는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불어닥칠 수 있다는 ‘R(Recession)의 공포’도 커지고 있어 빅스텝 이후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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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데일리가 7월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증권사 및 경제연구소 1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준금리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이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빅스텝 이후 연말까지 남은 8월, 10월, 11월 금통위에서도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봤다. 11명 중 6명은 남은 세 차례 금통위에서 모두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금리를 3%로, 나머지 5명은 두 차례 인상해 연말 금리를 2.75%로 예상했다.
직전 금통위인 5월 전망 당시만 해도 채권시장 내에선 빅스텝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를 기록한 데다, 빠르면 3분기 중 고물가가 정점에 달해 7%대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인플레이션’ 통제가 가장 시급한 변수로 떠올랐다. 일반 소비자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마저 3.9%로 4%에 바짝 다가섰다.
물가 상승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연내 압축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월 설문조사 때만 해도 12명의 전문가 중 6명이 내년 초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엔 11명 모두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을 끝낼 것으로 예측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2.25~2.50%로 높일 경우 한미 금리 역전이 이뤄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해도 기준금리는 2.25%로 역전은 불가피하나, 역전폭은 최소화할 수 있다.
빅스텝에 따라 커지는 경기 부담…“이후엔 성장 고려해야”
빅스텝 이후 금리 결정은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향후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경기침체를 감수하고라도 물가 상승 억제가 필요한지’, ‘경기를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와 수준의 조절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11명 중 8명이 후자를 택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하겠지만, 금통위원 일부는 경기를 우려해 0.25%포인트 인상의 ‘소수의견’을 낼 것이란 의견도 11명 중 6명이나 됐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를 고려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 워치(Fed Watch) 등 국제금융시장에 반영된 미국 정책금리 인상 전망치가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내년 상반기 한은의 목표치인 2%대로 빠르게 수렴하는 반면, 올 4분기부터 경기침체가 예상돼 내년에는 한은이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