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뺏긴 스웨덴…한국도 남일 아니다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
"韓 상속세 최고세율 60%…전 세계 가장 높아"
"70% 세율에 떠난 이케아…2005년 만장일치 폐지"
"삼성도 대출로 재원 마련…넥슨 2대주주 된 정부"
"이대로는 국유기업·외국기업·영세기업만 남아"
  • 등록 2023-06-22 오전 5:00:00

    수정 2023-06-22 오전 9:17:29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상속세 폭탄’이 백년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 조세 개혁에 빨리 착수하겠다”며, 상속세 인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유독 기업에 과중한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 경쟁력 악화를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행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과세 표준 30억원을 넘으면 50%(최대 주주 할증 과세 포함시 6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명목 최고 상속세율이 평균 12.9%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이케아 광명점(사진=이데일리 DB)
이처럼 무거운 상속세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때 상속세 최고세율이 70%에 달했던 스웨덴은 기업들의 이탈로 경제위기를 겪은 뒤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는 상속세 부담에 스웨덴을 떠나 본사를 네덜란드 델프트로 옮겼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아스트라제네카’도 원래 스웨덴 기업이었지만, 기업 승계 과정에서 유족들이 상속세를 내려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영국의 ‘제네카’에 합병됐다. 이 사건은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촉매제가 됐다.

국내 대기업들의 상당수는 최고세율 60%로 상속세를 내고 있다. 삼성가(家) 유족들은 2020년 고(故) 이건희 회장 타계 후 약 12조원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5년간 6회에 걸쳐 2조원씩 나눠내고 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오너 일가 세 모녀는 상속세를 내려 4조 781억원의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야 했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유족들은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 29.3%를 정부에 넘겼다. 6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주식으로 대신 물납한 것이다. 4조 7000억원 어치 주식을 세금으로 징수한 기획재정부는 이제 넥슨의 2대 주주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상속세제를 가진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가면 결국 기업들은 넥슨처럼 국가에 귀속되거나,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외국 자본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상속세 무풍지대인 영세 기업만 한국에 남을 수도 있다. 2세, 3세가 선대의 뒤를 이어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려면 상속세 굴레부터 벗기는 게 급선무다. 징벌적 수준의 상속세는 궁극적으론 폐지해야 한다. 대신 상속주식을 처분할 때 차익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구조로의 개편을 고려할 때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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