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예금 빼는 시대, 은행도 '서킷프레이커' 도입한다면"

'하나금융그룹 싱크탱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중호 소장
부동산PF는 최대 불안 요소 "일부 2금융권 위험 노출"
"비금융 진출이 금융권 최대 고민, 규제 완화 필요해"
  • 등록 2023-07-17 오전 5:30:00

    수정 2023-07-17 오전 8:15:04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금융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유은실 이명철 기자] “단순히 예금자보호제도의 한도를 높인다고 해서 빠른 속도로 퍼지는 뱅크런 공포심리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디지털 뱅크런 확산 경로를 차단할 수 있게 주식시장에서처럼 서킷브레이커 같은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뱅크런 안전지대 아냐, 공포심 차단해야”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을 36시간 만에 파산으로 몰고 간 ‘디지털 뱅크런(스마트폰을 이용한 대규모 예금 인출)’의 대책으로 서킷브레이커(거래 중단)의 도입을 제안했다.

뱅크런은 대부분 ‘내 돈이 위험하다’는 공포심리에서 시작되는데 공포감이 옮겨붙는 속도가 워낙 빨라 일시적인 브레이크를 걸어 순식간에 예금이 빠져나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은 본질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급격한 예금 인출이 있을 때 일시 예금 인출을 정지하고 금융당국에서 금융소비자의 두려움을 떨칠 액션을 취하면 공포심리와 디지털 뱅크런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사태를 보더라도 한국도 뱅크런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 소장은 국내 금융권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꼽았다. 금융권이 국내외 경제 여건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어 내년까지는 부동산 PF가 ‘뇌관’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지금은 유동성 부족 같은 문제들을 막고 있는 수준이지 수익성이나 경기 자체가 회복으로 돌아선 상황은 아니다”라며 “부동산 경기 흐름이 회복되지 않으면 상황이 전환되는 것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내 일부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이 부동산 대출 우려에 노출됐는데 이들의 문제가 내년 상반기까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경제는 어떨까. 하나금융연구소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3%로 0.2%포인트 낮춘 바 있다.

정 소장은 올해 경기가 상반기엔 낮지만 하반기 높아지는 ‘상저하고’를 예상했다. 관건은 반도체 업황이다. 반도체 가격이 저점을 찍고 반등한다면 경기가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되던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얼추 마무리된 것으로 봤다.

정 소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역대 최고 수준인데 여기서 금리를 더 높일 경우 소비, 고용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노동 시장이 타이트해 임금 상승 압력을 계속 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미국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단해도 인플레이션은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은행이 경제 활력에 기여할 수 있게 비금융 사업 진출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경제 활력 기여하는 방향으로 비금융 사업 진출”

하나금융그룹의 싱크탱크 소장으로서 앞으로 금융권의 사업 활성화에 대한 고민도 들어봤다.

정 소장은 국내 금융그룹의 비(非)은행 또는 비금융 분야 포트폴리오 확대를 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는 “인구 감소, 고령화, 디지털화 등 경제 전환기를 계기로 새로운 균형점과 기준을 찾아야 한다”며 “‘은산분리’ 틀에 가두지 않고 다른 산업에 진출할 길을 터줘서 궁극적으로 경제 활력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금융권의 비금융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금융의 역할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 의식을 가진 국가라는 게 정 소장의 전언이다.

정 소장은 “일본은 은행이 ‘지방 상생, 산업 생산성,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금융사가 가진 인적 정보를 활용해 지역 중소형기업의 일자리 미스 매치 문제를 해결하거나 서비스 품질이 균일하지 않은 헬스케어 쪽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는 “은행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 포괄적 기준을 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금융사들이 비금융 분야 진출을 비롯한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규제 완화’가 꼭 필요하다. 금융업과 비금융업이라는 규율 체계를 너무 엄격하게 가져가는 것보다는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리스크 통제와 골목상권 침해 이슈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금융사의 건전성이나 소규모 사업자의 이익을 해칠 위험이 큰 비금융 영역에 대해 진출을 불허하면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며 “현행 은행법에 은행이 비금융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완화해 비금융 영역 확대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금융사들이 노력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도 새로운 영역이다. 넷제로(탄소중립)를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정의한 정 소장은 글로벌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사업에 은행의 진출 가능성을 봤다.

실제 하나금융그룹은 생물다양성 보전에 투자하거나 계열사(하나증권)가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시장조성자로 나서는 등 탄소 중립게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정 소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ESG 경영을 단순한 사회적 책임으로 생각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의 구체적인 전략 수립, 산출, 과제 이행 등이 가능하도록 돕는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이미 시작한 탄소배출권 거래·중개·컨설팅 등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1967년 △서울 배재고 △고려대 경제학 학사 △고려대 경제학 석사 △고려대 경제학 박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분석실장 겸 선임연구위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본부장)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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