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CF 취소, 배경은 日 인터넷 우익

  • 등록 2012-03-09 오전 9:23:17

    수정 2012-03-09 오전 9:23:53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09일자 36면에 게재됐습니다.
▲ 김태희
[이데일리 스타in 김영환 기자] 일본 내 반한(反韓) 배후세력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 인터넷 상의 우익 집단인 `네트우익`이 반한 정서의 뒷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이들의 영향력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확장되고 있다. 확장세가 심상찮다.

지난달 21일 갑작스럽게 CF 행사가 취소된 배우 김태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태희는 이날 일본 도쿄 모처에서 화장품 브랜드 유키고고치의 CF 제작 발표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행사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네트우익은 그간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한류스타가 세를 키우면서 이를 시기하고 질시하는 시선으로 분출됐다. 그 시선은 은밀하고 조용했다. JYJ 음해, 장근석의 아오이 소라 발언, 빅뱅에 대한 소문 등이 그랬다.

JYJ의 김재중은 모델 야노 미키코, 그라비아 모델 출신 배우 아비루 유, 톱스타 하마사키 아유미와 열애설에 휩싸였다. 빅뱅의 지드래곤도 모델 출신 배우 미즈하라 키코와 열애 의혹이 제기돼 이를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장근석 역시 악의적인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 장근석은 모델 겸 가수 마키무와 열애설이 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AV배우 아오이 소라"를 꼽았다고 보도돼 곤혹을 치렀다. 이 보도는 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장근석의 이미지 실추를 막을 수 없었다. 이들 모두 일본에서 한류스타로 거듭나며 더불어 `글로벌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한류스타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는 데 주력하던 네트우익은 최근 들어 활동 양상을 바꿨다. 배우 타카오카 소스케 등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연예인들이 트위터 등에 "한국 관련 방송이 나오면 TV를 꺼버린다"는 요지의 글로 혐한(嫌韓)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들을 기점으로 지난해 말에는 한국 드라마를 방영한 일본 후지TV 앞에서 200여 명이 참석한 `반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 지난해 2월 일본 도쿄에서 김태희의 CF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사진=SBS)
이는 한류스타를 음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직접적인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졌다. 김태희의 7년전 독도 수호 발언 이력을 문제 삼아 기업을 협박해 CF를 취소시킨 것도 그 예다.

문제는 네트우익이 사회 현상과 결합해 하나의 정치적 세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10일 방송될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네트우익이 대다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구성됐다고 관측하고 있다. 청년백수나 아르바이트생, 평범한 회사원 등으로 온라인 상에서 상대적 약자에게 분노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낸 것은 일본 내 우익이다. 온라인에만 머물던 이들은 우익 세력과 결탁해 일주일에 4~5회나 오프라인 시위를 조직해 나설 정도로 반한류 활동에 적극적으로 변모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김원태 PD는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한국의 88만원 세대나 유럽의 1000유로 세대로 전락한 이들이 외국인을 배척하려는 현상"이라며 "시위 현장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하는 등 스스로를 시민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일본의 정치계나 경제계가 아닌 한류를 타겟으로 삼은 것은 (원전 사고 등) 자국의 어려운 상황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포석"이라며 "한류를 일본 내 상황의 분노를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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