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은진(47)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오로라 공주’ 이후 7년 만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용의자 X’가 그의 두 번째 연출작.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 미스터리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이 원작이다. 방 감독은 제목에서 ‘헌신’을 떼고 영화 깊은 곳에 ‘사랑’을 숨겼다.
‘미스터리인가, 사랑 영화인가’. 방 감독에게 물었다. 방 감독은 “감성 미스터리”라고 정의한 뒤 “‘스릴러인 줄 알고 봤는데 멜로도 있네?’ 감동 받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감독으로서의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연출력을 인정받았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데뷔작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황금촬영상 등 그해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후 작품 소식은 한동안 들려오질 않았다.
“(길게 한숨을 쉬며) 그게 어찌 제 뜻이었겠습니까. 시나리오만 줄기차게 써댔어요. 몇몇 작품은 투자가 안 돼 엎어지기도 했고요. 감독으로서의 실력도 검증받았고, 이제 좀 탄력받아 영화 만들겠다 했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좌절을 많이 했죠.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어요. 대학원에 진학해 단편영화 찍으며 심기일전한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영화가 절 다시 살린 셈이죠.”
‘용의자 X’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영화화를 기획해 방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한 작품이다. 시나리오 초고 상태부터 미스터리보다는 멜로가 강조됐다.
방은진 표 ‘용의자 X’에는 주인공의 친구이자 범인과 형사 사이에서 고뇌하는 물리학자 캐릭터가 빠져 있다. 감독은 치열한 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춘 원작과 달리 주인공 두 남녀의 감정과 심리 변화에 집중한다. 결말도 바뀌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2006년 발간 이후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를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인기 소설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댄다는 건 제아무리 강단 있는 방 감독이라도 쉬운 일이 못됐다. 방 감독은 올 초 변영주 감독이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스크린에 옮겼을 때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
다행히 원작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우 진지하게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과감한 각색은 신념에 근거 한 변경일 것으로 생각한다.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완성된 영화를 높게 평가했다.
방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스물네 살에 연극 ‘처제의 사생활’(1989)로 데뷔해 스물 아홉 살 여배우로는 다소 늦은 나이에 스크린에 진출했다. ‘태백산맥’(1994)이 그의 첫 영화다. 이듬해 박철수 감독의 ‘301·302’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배우로도, 감독으로서도 시작은 늦었으나 자리매김은 빨랐다.
그러한 점은 양날의 칼이다. 영화 ‘용의자 X’에 천재 수학자 석고 역으로 출연한 류승범은 “소위 작품에서 뵐 때 연기 좀 하는 선배여서 검사받는 기분이 들까 걱정했다”고 부담감을 털어놨다. 형사 민범 역의 조진웅은 “연기 선배라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단점도 너무 긁어준다”고 배우 출신 감독 방은진을 말했다. 우발적인 살인으로 사건의 발단이 되는 화선 역의 이요원은 “촬영하면서 감독님께 지적을 많이 받아 답답하고 괴로웠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또 다른 길로 한 발자국 더 나갈 수 있게 감독님이 길을 열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방 감독은 “장점은 배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것”이라며 “명색이 배우 출신 감독인데 배우 마음을 몰라줘서야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단점은 ‘오로라 공주’ 때 이미 극복했다”고 말했다.
방 감독은 류현경, 구혜선, 윤은혜 등 ‘제2의 방은진’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렌즈 너머 내 연기를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메가폰을 잡았다”고 운을 뗀 방 감독은 “멀티플레이어가 되고 싶어서, 혹은 배우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서 등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자신의 가능치를 시험해보고 온전한 나를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
☞[포토]인사말 하는 '용의자X'의 방은진 감독
☞[포토]류승범 '천재 수학자입니다'
☞[포토]류승범-이요원 '우리 잘 어울리나요?'
☞공효진 “하정우와 열애? 가혹하다..류승범에 미안”
☞[포토]얼굴 큰(?) 조진웅 '포토타임은 한 발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