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진 감독 "7년 좌절의 시간..영화로 다시 섰다"

두 번째 장편 `용의자 X` 연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영화화…`헌신` 빼고 `사랑` 덧칠
  • 등록 2012-10-17 오전 9:46:21

    수정 2012-10-17 오전 9:48:22

연기를 할 땐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감독이 되고 나선 달라졌다. 요즘 그에게 영화는 ‘관객’의 예술이다.(사진=권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죽을 맛이죠”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면서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선 소감을 묻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내가 이래서 다시 연기를 못해요” 눙쳤다.

방은진(47)이 감독으로 돌아왔다. ‘오로라 공주’ 이후 7년 만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용의자 X’가 그의 두 번째 연출작.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 미스터리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이 원작이다. 방 감독은 제목에서 ‘헌신’을 떼고 영화 깊은 곳에 ‘사랑’을 숨겼다.

‘미스터리인가, 사랑 영화인가’. 방 감독에게 물었다. 방 감독은 “감성 미스터리”라고 정의한 뒤 “‘스릴러인 줄 알고 봤는데 멜로도 있네?’ 감동 받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감독으로서의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연출력을 인정받았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데뷔작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황금촬영상 등 그해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후 작품 소식은 한동안 들려오질 않았다.

“(길게 한숨을 쉬며) 그게 어찌 제 뜻이었겠습니까. 시나리오만 줄기차게 써댔어요. 몇몇 작품은 투자가 안 돼 엎어지기도 했고요. 감독으로서의 실력도 검증받았고, 이제 좀 탄력받아 영화 만들겠다 했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좌절을 많이 했죠.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어요. 대학원에 진학해 단편영화 찍으며 심기일전한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영화가 절 다시 살린 셈이죠.”

‘용의자 X’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영화화를 기획해 방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한 작품이다. 시나리오 초고 상태부터 미스터리보다는 멜로가 강조됐다.

방 감독은 “책이 나왔을 당시부터 이거 영화화하면 ‘죽이겠다’ 했는데 결국 내 작품이 됐다”며 “장르가 스릴러로 ‘오로라 공주’와 유사해 망설이긴 했지만 내 강점을 살리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이란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은진 표 ‘용의자 X’에는 주인공의 친구이자 범인과 형사 사이에서 고뇌하는 물리학자 캐릭터가 빠져 있다. 감독은 치열한 두뇌 싸움에 초점을 맞춘 원작과 달리 주인공 두 남녀의 감정과 심리 변화에 집중한다. 결말도 바뀌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2006년 발간 이후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를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인기 소설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댄다는 건 제아무리 강단 있는 방 감독이라도 쉬운 일이 못됐다. 방 감독은 올 초 변영주 감독이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스크린에 옮겼을 때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영화 ‘용의자X’ 촬영 현장에서. 감독 방은진의 행보는 ‘용의자 X’를 기점으로 빨라질 예정이다. 차기작은 ‘집으로 가는 길’. 마약 배달 누명을 쓰고 프랑스 교도소에 갇힌, 대한민국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로 현재 캐스팅이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오는 12월 중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차’는 변 감독이 5년을 매달려 내놓은 작품으로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네티즌 평점은 7점대로 좋지 못했어요. 이유를 살펴보니 원작과 비교하고, 앞서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와 또 비교하고. 지금 제 처지가 딱 그렇거든요. 정작 만들 땐 몰랐는데 개봉을 앞두고 보니 ‘이게 자유로울 수가 없는 부분이구나!’ 느껴요. 어찌 보면 인기 원작 영화의 한계인 거죠. 요즘은 어떻게 상처받지 않고 버틸 것인가 연구합니다.”

다행히 원작자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우 진지하게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과감한 각색은 신념에 근거 한 변경일 것으로 생각한다.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완성된 영화를 높게 평가했다.

방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스물네 살에 연극 ‘처제의 사생활’(1989)로 데뷔해 스물 아홉 살 여배우로는 다소 늦은 나이에 스크린에 진출했다. ‘태백산맥’(1994)이 그의 첫 영화다. 이듬해 박철수 감독의 ‘301·302’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배우로도, 감독으로서도 시작은 늦었으나 자리매김은 빨랐다.

그러한 점은 양날의 칼이다. 영화 ‘용의자 X’에 천재 수학자 석고 역으로 출연한 류승범은 “소위 작품에서 뵐 때 연기 좀 하는 선배여서 검사받는 기분이 들까 걱정했다”고 부담감을 털어놨다. 형사 민범 역의 조진웅은 “연기 선배라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단점도 너무 긁어준다”고 배우 출신 감독 방은진을 말했다. 우발적인 살인으로 사건의 발단이 되는 화선 역의 이요원은 “촬영하면서 감독님께 지적을 많이 받아 답답하고 괴로웠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또 다른 길로 한 발자국 더 나갈 수 있게 감독님이 길을 열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방 감독은 “장점은 배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것”이라며 “명색이 배우 출신 감독인데 배우 마음을 몰라줘서야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단점은 ‘오로라 공주’ 때 이미 극복했다”고 말했다.

“딱 보면 이 배우의 가능치를 알겠는 거예요. 그래서 테이크를 더 안 가고 끝내버렸어요. 이창동 감독이 이후 얘길 하더군요. 배우가 작품을 통해 성장해야지 촬영 당시 감독과 잘 지낸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요. 결국 배우는 한계를 넘게 해준 감독과 다시 작업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방 감독은 류현경, 구혜선, 윤은혜 등 ‘제2의 방은진’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렌즈 너머 내 연기를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메가폰을 잡았다”고 운을 뗀 방 감독은 “멀티플레이어가 되고 싶어서, 혹은 배우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서 등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자신의 가능치를 시험해보고 온전한 나를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방은진 감독은 영화 ‘용의자X’에서 ‘완전한 사랑’ 혹은 ‘미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싱글. 방 감독은 “왜 남자들이 나를 싫어할까요?” 물은 뒤 “(연애, 결혼은) 이미 요단 강을 건넜다 싶지만 포기하진 않겠다”고 말했다.(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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