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특별 인터뷰]"1200만원 짜리 구두라고 다 비싼가요?"

알도 리파리, 스위스 명품 '발리' 오세아니아&동남아시아 총괄대표
"모바일 쇼핑서 명품 발리제품 유통, 한국이 첫 시험대"
  • 등록 2014-07-14 오전 6:00:00

    수정 2014-07-14 오전 10:37:13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스위스 명품 발리(Bally)가 올초 한국 시장에 재진출했다. 오는 23일 발리의 최고급 슈즈 컬렉션 ‘마이 스크리브(My Scribe)’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지휘봉을 맡은 알도 리파리(Aldo Lipari) 발리 오세아니아 & 동남아시아 총괄 대표는 지난 9일 두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방한 후 그의 스케줄은 살인적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비행기로 부산으로 내려 가 관계자들과 미팅을 했다. 다시 기차로 대구로 올라와 오찬을 하고 동대구 역사를 둘러본 뒤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핀셋으로 찝은 듯한 빡빡한 그의 스케줄을 쪼개 간신히 그를 만났다. 리파리 대표는 향후 한국 시장 진출 전략과 그의 꿈에 대해 들려줬다.

먼저 그에게 모든 제품이 특별 주문 제작을 생산되는 고가 라인을 물었다. 특히 최고 1200만원이나 되는 가격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오히려 “1000만원만원짜리 구두가 비싼가요?”라고 반문을 했다. 고가 라인 ‘마이 스크리브’ 슈즈 컬렉션의 생산 공정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이어갔다.

“마이 스크리브의 모든 공정은 발리 최상급 장인이 수작업으로 진행됩니다. 구두 제작은 고객이 구두 디자인과 소재, 컬러 등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되죠. 주문 내요이 결정되면 발리의 스위스 공방에서 200여 가지 공정을 거쳐 구두를 만듭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는 약 12주가 소요됩니다. 총 4번에 걸친 품질 검사를 통과한 구두만이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그는 “만약 마이 스크리브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며 비싸다는 평가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저가 상품 여러 개를 사는 것 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 재진출은 최상위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전혀 그것지 않다”며 “발리 명품은 누구나 신을 수 있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창고정리 밑바닥에서 총괄대표까지…패션업계 이단아

소말리아인 어머니와 이탈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원래 그는 이탈리아 직업 군인이었다. 20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해군으로 복무했던 그는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에 회의감을 느꼈다. 이에 과감히 전직을 결심했다. 스스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한 ‘무역상(trading agency)’이 되기로 한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아프리카의 피를 이어받은 만큼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무역상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선 영어가 필수였다. 영국으로 넘어간 그는 영어 공부를 하며 자기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하지만 소말리아로 간 그는 8개월간 철저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아프리카에서의 8개월 정말 행복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지인들과의 파티가 있었고 즐거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거리는 하나도 없었죠. 8개월 동안 단 한푼도 벌지 못했습니다.”

리파리 대표는 그 당시 아프리카는 아직까지 무역을 위한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거의 모든 거래가 뒷거래로 이뤄졌고, 투명하게 가격이 형성되기 보단 암암리에 부르는 게 가격이었다.

이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베네통’의 한 매장에서 일하게 됐다.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막막했고,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용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에서 알도 리파리 발리 오세아니아&동남아시아 총괄대표가 발리의 명품 철학과 향후 한국 진출 전략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하지만 이것이 패션과의 첫 만남이 됐다. 패션업계에서 극히 드물게 그는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밑바닥에서부터 실력으로 올라온 케이스다. 명문 패션 스쿨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창고 정리부터 시작해 숍 세일즈로 탁월한 성적을 내며 패션업계에서 승승장구 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미국 뉴욕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패션업계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경쟁력은 뭘까. 그것은 바로 누구보다 강한 ‘자기애’다. 베네통에서 그가 탁월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그 스스로가 패션에 관심이 많고 관련 소비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패션피플’들과의 공감대 형성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자기가 옷을 입는 것처럼 남에게도 추천을 했고, 그런 그의 코디 능력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에 그는 명품 브랜드 알마니로 스카우트 됐고 그 뒤에 구찌, 그리고 지금의 발리에서 둥지를 틀어 11년째 근무 중이다. 그는 거의 3년마다 승진을 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 왔다.

“자신만의 개성을 존중하라”…‘자기다움’이 가장 멋진 패션

그에게 그 어떤 권위의식이나 고정관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입는 것이 좋은 패션인지를 물었다.

“어떤 여성들은 노출을 많이 해야만 여성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눈엔 그 어떤 옷보다도 한복이 가장 여성스러운 옷입니다. 왜냐면 한복을 입으면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조신하게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조신한 걸음걸이가 여성스러움을 연출하는 거죠.”

리파리 대표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고르는 것이 옷을 잘 입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잘 맞기만 한다면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어도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새로운 사업을 꿈꾸고 있다. 바로 고객의 신체 정보를 미리 입력해 놓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사이즈에 맞는 옷을 저절로 골라주는 시스템을 계발하는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합니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향후 이 맞춤형 기술을 통해 인터넷이나 모바일 쇼핑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급성장하는 모바일 쇼핑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맞춤현 쇼핑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은 그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가 한국으로 오기 전 침체된 호주 시장에서 발리의 명성을 되살려 놓은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시장 재진출 지휘봉을 맡은 그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시장에서 발리의 이미지가 추락 추세를 보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만의 생존 전략이 있는 셈이다. 인터뷰 내내 그는 ‘오퍼레이터(operator·기계적으로 일하는 사람)’가 아닌 ‘전략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퍼레이터란 눈앞에 보이는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은 전체에 해당하는 숲을 보지 못한다. 숲을 조망하지 못하면 전략을 짤 수가 없다. 그는 전략이란 충부한 휴식에서 나온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아시아인들은 늘 야근을 합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죠. 하지만 저는 6시 이후에는 회삿일은 아예 잃어 버립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이메일 체크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가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일과 삶의 균형인 셈이다.

▶발리(Bally)

발리는 160년 넘게 정교한 럭셔리 가죽 제품을 제작해 오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스위스’ 브랜드로서의 퀄리티와 현대적인 스타일로 인식되어 오고 있다. 창립자인 칼 프란츠 발리 (Carl Franz Bally)의 선구자적인 개척자 정신으로 시작된 발리는, 1851년이래로 슈즈의 디자인, 구조, 제품에 있어서 혁신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1976년, 발리는 현대적인 슈즈 컬렉션에서 핸드백, 가죽 악세서리, 그리고 의류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장했으며 완벽을 추구하는 발리의 열정은 가죽으로 제작된 백의 부드러운 터치감, 자켓의 클래식한 실루엣, 발리 하이힐의 엘레강스한 곡선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라벨룩스 그룹 (LABELUX Group)의 소유인 발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중에 하나이다.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운영 및 강력한 온라인 사업과 함께 발리는 매년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발리 서류 가방
▲발리 지갑
▲발리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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