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여당이 최근 수일간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정부는 당초 미국의 동맹국 중 유일하게 “제재 동참은 없다”고 했다가 침공이 현실화하자 동참의사를 밝혔다. 러시아가 우리의 10위 교역 대상국인 점을 의식해 역풍을 우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우리의 어설픈 중립 외교를 합리화하기는 어렵다. 유럽연합의 경우 원유의 26%,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지만 원자재 대란을 감수할 각오로 제재에 나섰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동참의사를 밝혔다.
여당 대선 후보가 “정치 초보 대통령이 전쟁을 자초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부른데서 보듯 정부·여당의 잘못된 선택과 말 실수 후유증은 작지 않다. 그리고 그 피해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에 바로 돌아가게 돼 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산 장비와 기술로 만든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때마다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니 시간적, 금전적 낭비가 얼마나 클 것인가. 외교마저 기업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격과 국민 자존심에 걸맞는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