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분도 실리도 놓치는 어정쩡 외교, 피해는 누가 보나

  • 등록 2022-03-02 오전 5:00:00

    수정 2022-03-02 오전 5:00: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국제 사회의 연대가 급속 확산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대러시아 제재 수위를 연일 높여 가고 있다.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배제 등 금융 제재에 돌입한 데 이어 유럽연합이 러시아 항공기의 역내 운항을 전면금지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의료물자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직접 참전 이외의 수단을 총동원하며 각국이 러시아 고립 쪽으로 뭉치고 있다. 러시아가 ‘핵위협’ 카드로 맞섰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과 국제 사회의 연대에 막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여당이 최근 수일간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정부는 당초 미국의 동맹국 중 유일하게 “제재 동참은 없다”고 했다가 침공이 현실화하자 동참의사를 밝혔다. 러시아가 우리의 10위 교역 대상국인 점을 의식해 역풍을 우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우리의 어설픈 중립 외교를 합리화하기는 어렵다. 유럽연합의 경우 원유의 26%,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지만 원자재 대란을 감수할 각오로 제재에 나섰다. 중립국인 스위스도 동참의사를 밝혔다.

뒷북 대응의 대가는 미국이 한국을 수출통제 예외국가 32개국의 명단에서 뺀 것으로 즉시 이어졌다. 미국 조야에서 한국이 제재 동참을 미적거린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미국이 일본·유럽연합 등에는 철강 관세를 면제해 주기로 하면서 한국과는 협상 날짜도 안 잡은 것 역시 줄타기 외교가 경제·안보 동맹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여당 대선 후보가 “정치 초보 대통령이 전쟁을 자초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부른데서 보듯 정부·여당의 잘못된 선택과 말 실수 후유증은 작지 않다. 그리고 그 피해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에 바로 돌아가게 돼 있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산 장비와 기술로 만든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할 때마다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니 시간적, 금전적 낭비가 얼마나 클 것인가. 외교마저 기업을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격과 국민 자존심에 걸맞는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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