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은은 죄고 정부는 풀고...정책 엇박자로 물가 잡겠나

  • 등록 2022-04-29 오전 5:00:00

    수정 2022-04-29 오전 5:00:00

이창용 신임 총재가 이끄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끄는 새 정부 재정정책이 시작부터 엇박자다. 이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성장보다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이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비둘기파(긴축 반대론자)가 되고 싶다”는 말도 했지만 이도 역시 당분간은 매파(긴축론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경기 침체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 한은이 이런 위험을 무릅쓰면서 강력한 긴축 정책을 구사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물가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물가 오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물가 안정 없이는 성장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 총재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돈줄 죄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새 정부는 대규모 2차 추경안 편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어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에 대한 손실보상안을 발표했다. 보상안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600만원 지급’과 다양한 금융 세제 지원 방안들이 포함됐다. 새 정부는 이 내용들을 2차 추경안에 담을 계획이다. 추 부총리 후보자는 이와 관련, 2차 추경안의 최종 규모와 재원 조달 방안 등을 새 정부 출범 직후 발표할 계획인데 대략 33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은행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세계 경제가 50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발생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은이 그제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1%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황이 위중한 시기에 새 정부가 한은의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 정부는 2차 추경안 편성을 최대한 늦추고 규모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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