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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김성근 SK 감독이 야인시절 한 스포츠 전문지 해설위원을 할 때 이야기다.
관전평을 위해 경기를 지켜보던 김 감독은 종종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를 한,두 타자 상대로 끝내지 않고 1,2이닝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면 투수 운영이 훨씬 원활해질 수 있다. 감독할 때는 잘 몰랐는데 뒤에서 보다보니 알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김 감독이 그리던 그림은 시간이 한참 흘러 2008년이 돼서야 완성됐다. 정우람과 이승호가 바로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SK 역시 가득염 김경태 등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 체제로 운영됐다. 둘 모두 제 몫을 다해줬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좀처럼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정우람과 이승호는 좌투수임에도 우타자에게도 강세를 보이며 김 감독의 마운드 운영 폭을 크게 넓혀줬다.
정우람은 정규시즌서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5푼5리(좌타자 .214)에 불과했다. 이승호 역시 1할6푼9리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기록, 두둑한 신임을 받고 있다.
우선 기용되는 투수의 수를 줄일 수 있다. 단기전에 대한 부담은 불펜 투수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김성근 감독은 "단기전에 등판하는 모든 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좌완 불펜이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우완 불펜의 몫까지 해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또한 상대 타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상대팀 핵심 좌타자를 막은 뒤에도 마운드에 남아 다음 타순에 돌아오는 좌타자까지 승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우람과 이승호는 이런 위기를 넘겨준 구세주였다. 좌타자는 물론 우타자를 상대로도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이며 급한 불을 꺼줬다.
9번부터 3번까지 4명 연속 좌타자를 기용했던 두산이 3차전 이후 좌-우-좌-우로 징검다리 타순을 짜 봤지만 둘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시아 시리즈서도 정우람과 이승호의 존재감은 든든하다. 특히 이승호는 13일 세이부 라이온스와 예선 첫 경기서 3이닝 동안 볼넷 2개만을 내주는 호투로 세이브를 따냈다.
김성근 감독은 "정규시즌에선 정우람이 우타자를 상대로도 좋은 공을 던져 큰 힘이 됐다. 한국시리즈부터는 이승호까지 여기에 가세했다. 역시 선발투수 경험이 있는 만큼 우타자를 상대로도 좋은 공을 뿌린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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