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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혜교는 SBS 월화 미니시리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오영 역을 맡았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송혜교의 시각 장애인 연기도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송혜교에 앞서 영화 ‘블라인드’, ‘오직 그대만’의 김하늘과 한효주, 드라마 ‘적도의 남자’, ‘드라마의 제왕’에서 엄태웅과 김명민 등이 시각 장애인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 하이힐을 신을 수 있다고?
배우가 시각장애인의 표정, 행동 등을 연기하면서 힘들어하는 게 바로 시각장애인의 예민한 차이 때문이다. 비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을 떠올릴 때 선입견을 품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한쪽만 바라본다든지, 지팡이가 없으면 전혀 못 걷는다든지 등이 대표적 선입견이다. 하지만 실제는 시각 장애라고 해도 증상이 다르고 증상에 맞춰 나타나는 현상도 다르다.
오영 역처럼 작은 빛에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또 지팡이도 없더라도 자기가 익숙한 공간에서는 손의 감각만으로 더듬으며 이동하기도 한다. 송혜교는 시각장애를 표현하는 것에 대해 “복지관을 다니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공부했다”며 “오영 같은 경우는 터널시력으로 정면에 시력이 다소 남아있는 경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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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 연기’는 다소 시력이 남아 있어 동공을 많이 움직이는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시각 장애인을 연기하는 많은 배우들이 이같은 연기를 시도한다. 송혜교가 선보이는 ‘동공 연기’는 한효주와 김하늘의 그 것과 닮았다. 세 사람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엉뚱한 곳에 시선을 두는 식으로 시각 장애를 연기했다.
김명민이나 엄태웅이 선보였던 동공 연기는 이들과 달랐다. 김명민은 ‘드라마의 제왕’ 마지막회에서 일부러 초점을 잃은 것처럼 눈동자를 움직이거나 혹은 눈동자를 한 곳에 고정시킨 뒤 마치 다른 곳을 보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 어둠에 대한 두려움 극복이 기본
배우들이 시각장애인 연기를 공부할 때 보이는 반응은 ‘두려움’이다. 시각에 의존하던 평소 습관을 잠시 버린다고 해도 다른 감각이 이내 발전하지는 않는다. 눈을 가렸을 때 생기는 1차원적인 공포가 우선 배우들을 엄습한다.
김하늘은 “익숙해지기 위해 집에서도 불을 꺼놓고 생활했는데 무서웠다”고 시각 장애인 연기의 어려움을 전했다. 김하늘은 관람객 스스로 시각장애인이 되어 보는 체험 전시인 ‘어둠 속의 대화’를 직접 찾아가 경험해 봤다. 또 촬영에 앞서 약 한달 간 매일 용산에 있는 특수 학교를 찾아가 점자 읽는 법, 안내견과 함께 걸을 때와 지팡이(케인)을 짚고 걸을 때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세밀한 부분까지 공부했다.
일반인과 시각장애인, 그리고 시각장애의 예민한 정도 차이를 연기해야 하는 고충도 배우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송혜교는 “같이 눈을 보고 연기 호흡을 맞출 여지가 없다”며 “무언가를 나 혼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는 외로움이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같은 시각 장애인이라도 해도 증상에 따라 보이는 현상이 다르다.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씩 다른 색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