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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계는 ‘송강호의 해’였다. 올해 이미 선보인 ‘설국열차’(932만명)와 ‘관상’(913만명)에 더해 지난 19일 개봉한 ‘변호인’(175만명)으로 202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 해 2000만 관객을 모은 배우는 그가 처음이다. 올해 한국영화 시장은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았다. 2년 연속 관객 수 1억명을 넘어섰고 처음으로 총 관객 수 2억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6분의 1, 전체 10분의 1을 송강호 혼자 책임진 셈이다.
미친 듯이 내달렸다. ‘설국열차’를 타고 미래로, ‘관상’ 가의 옷을 입고 과거로, ‘변호인’으로 현재를 오갔다. 장르도 SF·사극·시대극으로 달랐다. ‘설국열차’에선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등 외국 유명배우들과 호흡을 맞췄고, ‘관상’으로는 사극에 도전했으며, ‘변호인’에선 실존인물을 처음 연기했다. ‘설국열차’에 송강호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송강호 없는 ‘관상’은 상상이 되는가. ‘변호인’에서 송강호는 화면을 통째로 장악해버렸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단역으로 데뷔해 이듬해 ‘넘버3’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송강호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반칙왕’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괴물’ ‘밀양’ ‘우아한 세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등 셀 수 없이 많은 흥행작과 화제작을 남겼다. 송강호의 대표작을 물으면 사람들은 각기 다른 답을 내놓는다. 그만큼 연기가 훌륭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변호인’은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지금도 정치적 해석이 분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한때를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감독은 신인. 송강호가 변호하는 국밥집 아들로, ‘빨갱이’로 몰려 모진 고문을 받고 허위자백을 하는 진우 역의 임시완 역시 영화가 처음이다. 송강호는 촬영 닷새 전 양수리 세트장에 들어가 카메라 동선을 파악하며 연기연습에 몰두했고 “거짓감정으로 연기하지 말라”며 임시완을 모질게 혼내며 가르쳤다. 이러한 일화는 송강호가 작품 한 편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며 온힘을 다하는가를 보여준다.
영화 ‘변호인’의 제작자이면서 송강호의 오랜 친구인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는 “정치적 논란을 비롯해 영화의 여러 빈틈을 연기력 하나로 완벽하게 메웠다”라며 “송강호의 연기는 이제 예상 가능한 범위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변호인’ 법정 장면에서 송강호는 헌법 제1조 2항을 외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송강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 말은 울림이 남다르다. 한 해 2000만 관객 동원.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로 약 8000만 관객. 흥행배우 송강호의 힘은 관객으로부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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