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통주 개발 발목 잡는 규제 풀어야"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 인터뷰
코로나19로 개인화 된 음주 문화, 전통주 업계에 호기
막걸리에 향 첨가하면 기타주류로 분류해 주세혜택↓
  • 등록 2021-05-17 오전 5:00:00

    수정 2021-05-17 오후 4:35:45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막걸리를 개발하는 연구자의 최종 목표는 (아이폰과 같이) 주류 시장에서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막걸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16일 국순당 횡성 양조장에서 만난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국순당의 전통주 복원 사업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본부장은 전통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횡성 양조장을 총 지휘하는 인물이다. 전통주의 아이폰을 꿈꾸는 그는 국순당에서 다양한 인기 메뉴를 개발한 공신이다.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국순당 생막걸리’부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상품화한 주역이 바로 그다.

지난 14일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국순당 횡상 양조장에서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 본부장이 국순당 막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무연 기자)


술 못 마시지만 혀끝은 살아있어… 전통 복원한단 자부심 커

박 본부장이 양조 전문가로 진로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은 발효 미생물을 전공했던 대학교 학부 시절에 우연히 본 한 교양 TV 프로그램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정성스레 빚은 우리술을 맛보던 장인의 모습에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그 장인이 국순당의 창업주인 고(故) 배상면 전(前) 국순당 회장이었다.

그는 “당시 대학교에서 발효 미생물을 전공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제약회사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국순당에 지원했다고 했을 때 친구들이 ‘술도 못 마시면서 어떻게 양조회사로 갔냐’며 놀라워했다”고 술회했다. 박 본부장은 술을 못 마셔도 주류 업체 입사는 가능하다면서도 “술을 많이 마시는 것보단 술맛을 느낄 수 있는 예민한 혀가 개발자에겐 더 필요하다”라고 했다.

박 본부장은 지금도 전통주를 복원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주류회사에서 술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우리 문화를 되찾는 일을 하는데 투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비단 박 본부장이 아니라 연구 및 개발직 직원들도 이 의식을 공유한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판된 막걸리의 유산균을 검출하고 이를 배합하는 수고로움 끝에 ‘1000억 유산균 막걸리’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런 자부심은 배중호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국순당의 주력 상품이었던 백세주의 성장에 정체기 오자 배 회장은 시장의 흐름만 보지 말고 우리 술에 담긴 이야기와 맛을 재발굴하라고 주문했다. 어떻게 하면 더욱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봬 희석식 소주와 경쟁할까 고민하던 연구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연구원들은 이때부터 전통 주류와 관련된 글귀가 실린 600여개의 문헌을 재해석 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비록 곧바로 성공적인 작품을 낸 것은 아니지만, 연구 노하우는 지속적으로 축적됐다. 2008년 특허를 낸 ‘발효제어 기술’ 또한 전통 주류 관련 노하우가 쌓여 개발할 수 있었단 설명이다.

그는 “연구원들은 조상에게서 지혜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전통주를 개발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전통주 복원 사업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작업인데, 그 의미 있는 작업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자부심이 있다”라고 했다.

전통주는 다양성이 강점… 이를 위한 제도 보완 필요

박 본부장은 최근 코로나19로 음주의 개인화 현상이 강해지고 이에 따라 ‘싸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술’에서 ‘조금 비싸더라도 내 입에 맞는 술’을 찾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을 전통주 업계의 기회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순당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약 6% 신장한 503억5000만원을 기록했고 50억9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박 본부장은 “상대적 가격저항감이 낮은 가정용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구매가 늘어났고 여행이 어려워지자 다양한 문화를 술로 접해보자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라면서 “다양성이 강점인 전통주 업체로서 변화한 주류 문화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또한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가정용 시장에서 선택이 늘며 전체적으로 달고 맛있고 특색있는 프리미엄 막걸리 구성비가 높아졌다.

다만 이 호기를 잡기 위해선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박 본부장은 강조했다. 막걸리에 바나나 향을 가미한 ‘국순당 쌀바나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순당 쌀바나나는 2017년 매출 비중이 20%까지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순당 쌀바나나’는 ‘막걸리’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현행 법상 막걸리에 과일향을 첨가하면 ‘기타주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막걸리(주세법 개정전 가격의 5%)와는 달리 가격의 3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높은 세율은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슈퍼에서 판매되는 생막걸리는 1200원 수준이지만 국순당 쌀바나나는 2000원을 넘는다.

박 본부장은 “당장 식당에서 국순당 쌀바나나를 팔려면 6000~7000원은 받아야 할텐데, 다양한 사람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고급 막걸리를 선뜻 시킬 수 있겠는가”라면서 “소비자들도 국순당 쌀바나나가 막걸리냐 아니냐고 물어볼 때도 모호한 부분이 많고 우리로서도 막걸리라고 선전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나 입법 기관에 하소연만 해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말로만 전통주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면 설득력이 없어요. 지금처럼 꾸준히 전통주를 만들고 이에 따른 애로사항을 전달해 국내 전통주 관련 규제를 바꿔나갈 계획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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