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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돼지’를 사랑할까[미식로드]

  • 등록 2021-09-19 오전 6:00:00

    수정 2021-09-19 오전 8:50:14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돼지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肉)고기다. 그중에서 한국인들의 삼겹살 사랑은 유명하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보다 저렴한 가격이어서다. 주머니 얇은 서민들의 영양식으로 사랑받아왔다. 올해 여행지를 취재하며 찾아다닌 맛집 중에서 돼지고기나 그 부속을 식자재로 사용한 곳들을 추려봤다.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거나, 새로운 조리법 등을 개발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곳들이다. 누군가에겐 향수를, 또 누군가에겐 새로운 설렘을 주기도 하는 곳들을 소개한다.

대구 원조돼지갈비찜
정신 번쩍나는 빨간맛, 대구 돼지갈비찜

대구 음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매운맛’이다. 대구 음식이 매운 이유는 지형적·지리적 특성 때문. 지형적으로 분지인 대구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무더운 기후다. 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운맛이 필요했단다. 또 다른 이유는 곡창지대도 아니고, 해안가도 아니어서 식자재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음식을 맵고 짜게 조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 대구는 매운맛이 소위 대세다. 볶음우동이나 떡볶이, 복어불고기, 무침회, 따로국밥 등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은 대부분 매운 게 특징이다.



그중 가장 매운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찜갈비’다.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매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대구 사람들의 입맛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동인파출소 인근에는 찜갈비거리가 있을 정도. 이곳 식당들은 하나같이 소갈비에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시뻘겋게 끓여낸다.

대구에서는 돼지갈비도 다른 지역과 다르다. 돼지갈비는 보통 단맛이 특징. 하지만 대구에선 매운맛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 수도 없다. 등촌유원지 인근의 ‘원조돼지갈비찜’. 이 식당 역시 지난 30여년간 매운 돼지갈비찜 메뉴 하나로 대구 사람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식당 입구에는 ‘한번 맛보면 또 오고 싶은 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을 정도로, 돼지갈비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미돈가 약돌돼지
약이 되는 ‘돌’먹은 돼지를 맛보다

경북 문경에는 특별한 ‘돌’이 있다. 바로 거정석이라는 암석이다. 거정석은 심성암을 함유하는 암맥에서 발견되는 조립질 화성암이다. 심성암이 되고 남은 마그마의 진액에 염소, 불소, 물 등의 휘발성 물질들이 농집해 서서히 냉각되면서 만들어진다. 베릴륨, 우라늄, 니오브, 탄탈, 세륨 등의 희소광물이 많이 침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암석에는 인체의 재생 능력을 돕는 유익한 생리필수 미네랄들이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함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거정석은 문경 일원에서만 분포해 있는데, 국내 유일의 페그마타이트 광산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부터 문경 사람들은 장을 담그거나 물을 정화하는데 거정석을 사용했다. 심지어는 소나 돼지의 먹이로도 활용했다. 이 거정석을 먹인 소와 돼지가 바로 약돌한우와 약돌돼지다. 문경에서 약돌돼지를 사육하는 곳은 총 8곳. 무려 1만 5000두(2021년 7월)를 사육하고 있다. 문경새재나 문경 시내 곳곳에 약돌돼지 전문 식당들이 즐비한 이유다.

약돌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식감이 쫄깃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그렇다고 맛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니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문경에서 약돌돼지로 유명한 식당은 문경새재 앞 ‘새재할매집’이다. 40년 역사를 지녔다. 이곳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밖으로 나와 있는 고기 굽는 부스 때문이다. 숯불에 굽는 양념된 돼지고기 냄새가 배부른 사람의 발길마저 잡아끌 정도다.

주말이면 줄을 서는 것도 다반사. 하지만 점심시간을 약간 피해 간다면 줄을 서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 주문을 하면 테이블에 먼저 기본 반찬이 깔리고 숯불고기가 나오는 것도 순식간이다. 고기 부스에서 항상 숯불에 고기를 굽기 때문에 식탁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직접 구워 먹는 번거로움도 없다. 날렵한 몸짓으로 고기 굽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약돌돼지와 궁합이 좋은 미나리를 내세운 전문식당도 있다. 문경 시내 외곽에 자리한 ‘미돈가’라는 식당이다. 이곳의 특징은 바로 옆 ‘문경 땀봉 참미나리’ 단지에서 생산한 신선한 미나리와 약돌돼지를 ‘콜래보’했다는 것이다. 문경 청정지역에서 자란 땀봉 미나리는 몸속의 독소를 배출하는데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영양 희망정숯불갈비
◇ ‘솔향’ 가득 품은 ‘돼지숯불구이’

경북 봉화 읍내에서 청량산으로 가는 길. 이 길에 자리한 봉성면을 지날 즈음 발걸음이 멈춰 선다. 굴뚝 곳곳에서 마치 봉화대의 연기처럼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군침이 절로 드는 향긋한 내음이 코를 찔러와서다. 봉성돼지숯불단지에서 피워내는 돼지숯불구이 향이다.

이 마을의 역사는 제법 깊다. 고려 현종 때에 봉성현으로 불릴 정도였다. 큰 고장에는 사람과 물산이 모이는 장터가 있게 마련. 봉성에도 고려 현종 때부터 들어선 유서 깊은 봉성장이 있다. 이 봉성장은 특히 우시장이 컸다. 봉성돼지숯불구이의 역사는 바로 이 봉성장에서 시작한다. 봉성장터를 드나드는 각지의 사람들에게 한끼 식사나 술안주로 내던 것이 돼지숯불구이였다. 지금도 봉성에는 돼지숯불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여럿 있다.

‘희망정숯불구이’가 그 중 원조집으로 알려져 있다. 희망정숯불구이에 들어서자 주방 한쪽에서는 돼지구이를 한창 구워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참나무 숯과 소나무 숯을 5대5 비율로 쓰고 있다. 참나무 숯은 화력이 세지만, 연기가 많이 난다. 소나무 숯은 화력이 약하지만, 연기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두 숯을 적절하게 조합하면 돼지구이가 타지 않을 뿐더러 소나무 향이 적당히 배 특별한 향과 맛을 낸다.

고기를 얹은 석쇠가 숯불 위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난장이 펼쳐진다. 고기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숯불이 일렁이면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명이 나고 허기진 배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돼지고기는 잡내가 덜한 암퇘지를 주로 쓴다. 두툼하게 썬 고기를 석쇠 위에 얹고 소금을 뿌린 뒤 뒤집기를 반복하며 구워낸다. 고기가 타지 않도록 굽는 게 중요하다. 눈으로 봐서는 대충 뒤집는 것 같지만, 적당히 구워내는 비법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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