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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다르고 속다른 게 사람, 언어의 양면성을 들추다

[엠마 하트 개인전 '빅 마우스']
노동자 계층서 태어난 작가
예술가 집단서 괴리감 느껴
계층 구분 짓는 언어를 작품으로
  • 등록 2021-12-07 오전 5:45:00

    수정 2021-12-07 오전 5:45: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똑같은 언어권 내에서 살아가는 지역이나 특정 집단마다 사용하는 단어 또는 특유의 어투가 다를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상도, 강원도, 전라도 등 각 지역마다 존재하는 사투리가 그렇다. 다른 언어 표현은 때로는 같은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을 구분 짓고 심지어는 계층을 나누는데 쓰이기도 한다. 영국 노동자 계층 출신 조각가 엠마 하트(Emma Hart·47)는 이같이 사회 안에서 언어 체계가 가지는 특성에 대해 집중했다.

엠마 하트의 ‘입방정’(Loose Lips, 2021), 유약과 색화장토를 사용한 세라믹, 지름 60cm x 깊이 25cm(사진=바라캇 컨템포러리)
작가가 이처럼 언어에 집중하게 된 건 스스로 사회에서 느낀 괴리감 때문이다. 노동자 계층의 부모님 아래 태어난 작가는 중상류층이 주를 이루는 예술가 집단 안에서 자신의 언어, 비언어적 행동을 의식하게 됐다. 스스로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말이 지나치게 많고 허풍을 떠는 모습을 ‘떠버리 같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출신과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예술계에서 스스로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그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느끼는 분열된 의식, 본인이 가짜라는 생각, 자신이 가짜라는 것을 들킬 것 같을 때 드는 불안감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엠마 하트의 개인전 ‘빅 마우스’(BIG MOUTH)를 열고 있다. 패션 브랜드 막스마라에서 창의적인 여성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권위있는 상인 막스마라 여성 미술상(Max Mara Art Prize for Women) 수상자인 하트의 한국 첫 개인전이다. 세라믹 조각을 주 매체로 다루는 엠마 하트는 이번 전시에서 사회가 언어와 비언어를 이용해 상호 소통하면서 동시에 언어를 통해 나와 타인을 비판하고 구분하는 점에 대한 고찰을 담은 작품 1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어딘가를 가리키는 손가락들이 탑처럼 쌓여있는 작품 ‘핑거 포스트’가 세워져 있다. 각자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듯 보이는 손가락은 사실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짚어내며 비난하는 손가락이다. 한쪽 벽면에는 누군가 쏜 양궁 화살과 방패가 한가득 붙어 있다. 작가는 “말을 하는 순간 말투, 억양 등의 특징들이 드러나 표적이 되고 눈총을 받는 상황을 표현했다”며 “특정 부류의 사람으로 분류되면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을 화살이 꽂히는 과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실 2층에 있는 ‘스피치버블(말풍선)’ 작업은 자신의 말하는 방식 때문에 스스로가 어떤 상황, 또는 집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내면과 외면이 분리된 이중적 상태와 심리를 드러낸다.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을 해야 할 때 분리된 심리 상태까지 담겼다. 한국 전시를 위해 한국어 스피치 버블 작업도 새롭게 만들었다. 작가가 직접 한국어에 대해 리서치를 통해 선정한 단어 ‘이면’, ‘입방정’, ‘양다리’ 등이 적힌 작품은 직간접적으로 말하는 방식과 계층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작가의 작업 방식에도 사회에서 사람들이 언어와 그 사용방식을 통해 자신을 숨기거나 드러내며 생기는 심리적 현상이 은유적으로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서 하트는 세라믹 재료 중 석기를 처음으로 사용한 신작을 선보인다. 이전까지 작업에서 그는 작품에 유약을 칠하고, 무늬를 그리는 등 장식을 했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작품을 꾸미는 것에 의문을 가진 작가는 고유의 색을 가진 진흙을 사용해서 그 자체로 날 것의 재료성을 살린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바라캇 컨템포러리 관계자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지만, 이를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언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엠마 하트의 ‘빅 마우스’(Big Mouth, 2021), 흑백석기, 가변크기(사진=바라캇 컨템포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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