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5000원, 카드 안돼요" 명동 바가지요금 기승

외국인 북적이는 명동 거리 활기 되찾아
일부 터무니 없는 가격에 발길 돌리기도
칼 빼든 서울시 11일까지 바가지 요금 점검
전문가 "착한가격 유지 위해 인센티브 제공"
  • 등록 2023-08-01 오전 5:00:00

    수정 2023-08-01 오전 8:11:59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40대 여성 A씨는 최근 명동에 갔다가 탕후루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네 탕후루 전문점에서 3000원이면 사 먹는데 길거리 노점에서는 5000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사주긴 했지만 어쩐지 호구가 된 기분이 들었다.

명동에 처음 온 30대 태국인 여성 B씨는 명동 노점에서 떡볶이를 사 먹은 뒤 계산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No) 카드”. 노점 주인은 간판에 적힌 계좌번호를 가리켰다. 그러나 한국의 송금 시스템을 알지 못해 당황한 B씨는 결국 주섬주섬 현금을 꺼냈다.

30일 외국인들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 거리(사진=이유림 기자)
길거리 음식 3개 ‘2만원 훌쩍’

지난 30일 서울 명동 거리는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모처럼 활기가 돌았지만 일부 터무니 없이 비싼 길거리 음식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몇몇 외국인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노점 인근을 서성이다가도 음식의 양과 가격표를 번갈아 확인한 뒤에는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이데일리가 이날 명동 파출소 인근 노점에서 팔고 있는 길거리 음식 23개 품목의 가격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음식이 시세보다 15~40%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비프 스테이크’는 1만5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가리비앤치즈·무뼈 닭발구이 1만원, 오리꼬치 8000원, 맛탕·석류주스 7000원, 치즈볼·문꼬치·닭강정 6000원 등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인 탕후루에는 가격표 5000원이 붙었다. 기자가 취재차 길거리 음식 3개를 무작위로 구매했더니 2만원이 훌쩍 넘어갔다.

세계 최대 규모 여행 웹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 따르면 명동 거리를 추천하는 외국인은 ‘볼 거리가 많다’, ‘활기가 넘친다’는 이유를 꼽았다. 반면 ‘가격이 비싸다’, ‘상품이 비슷비슷하다’는 이유로 추천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리뷰에서는 “석류주스 2개를 달라고 했는데 (노점 주인은) 4개를 주문받은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2개라고 큰 목소리로 세 번이나 말해야 했다”며 구체적인 상황이 묘사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30일 서울 명동 노점상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고 있다. (사진=이유림 기자)
한탕주의 대신 소비자 신뢰

불만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7월 31일부터 ‘7대 관광특구’를 중심으로 바가지 요금 및 여름철 위생 안전 점검에 나섰다. 7대 관광특구는 △종로·청계특구(종로구) △명동·남대문·북창동·다동·무교동특구(중구) △동대문패션타운특구(중구) △이태원특구(용산구) △홍대문화예술특구(마포구) △강남마이스특구(강남구) △잠실특구(송파구)가 해당한다.

첫 타깃은 명동이다. 서울시·중구청·경찰은 이달 11일까지 명동 일대 가격표시 준수 여부, 식품 위생, 판매대 규격과 보도 불법 적치 행위 등을 점검한다. 거리가게의 소유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정밀 실태조사도 병행해 불법 양도, 대여 등 제3자 영업행위를 단속한다. 나아가 면세점·호텔 등 인근에서는 택시 부당요금이 있지 않은지 단속을 벌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관광특구는 서울관광을 대표하는 곳인 만큼 올바른 상거래 질서를 반드시 확립해 관광객들로 하여금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 서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바가지 요금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명동 노점상 10곳 가운데 9곳 이상은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고, ‘거리가게 도로점용 허가증’을 내걸고 있었다. 지난달에는 일부 노점이 회오리감자·붕어빵·군만두·핫바 등 일부 품목 가격을 5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하했다.

명동 거리에서 치즈떡을 파는 50대 이모씨는 “일부 가격은 인건비·물가 인상과 코로나 보상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며 “명동에서도 잘 되는 곳만 잘 된다”고 말했다. 수년째 닭꼬치 장사를 해온 60대 허모씨는 “원가 1500원에 닭을 사 와서 이것저것 (부자재 가격을) 떼고 나면 1000원도 안 남는다”며 “한여름 토치로 불을 지피며 땀을 뻘뻘 흘리는 우리들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명동 거리가 앞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메카로 남기 위해서는 이른바 ‘한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에는 외국인 소비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한번은 속아도 두번은 속지 않는다”며 “당장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근시안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해 소비자와 신뢰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구매를 이끄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인들을 계도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행정 조치가 가능하다”면서도 “포지티브 인센티브를 도입해 착한 가격을 자율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들이 30일 서울 명동 노점상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고 있다. (사진=이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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