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고 답답해서 흥행…'서울의 봄'은 어떻게 MZ세대와 공명했나[스타in 포커스]

'서울의 봄' 465만→BEP 벽 깼다…2030이 흥행공신
공정·가치에 민감한 2030, 그 시대 부조리에 더욱 분노
권력욕 못 막은 안일한 원칙주의 조직…현실적 엔딩
요즘 세대 입맛에 맞는 영리한 연출…속도감있는 전개
  • 등록 2023-12-04 오전 9:19:41

    수정 2023-12-04 오전 9:19:4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개봉 12일 만에 BEP(손익분기점)의 벽을 넘어섰다. 개봉 3주차에 들어서며 흥행 동력이 주춤해졌지만, 뜨거운 입소문의 힘으로 ‘범죄도시3’에 이어 올해의 두 번째 천만 영화에 등극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에선 극장가 ‘서울의 봄’ 신드롬이 흥행에 성공한 여타 상업 영화들이 거둔 성과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오락 및 재미, 스케일 등 볼거리를 위주로 치우쳤던 관객들의 극장 영화 소비 경향을 단번에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영화에 담긴 시대적 고통과 부조리에 관객들이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며 공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의 봄’의 인기는 전 연령대로 고루 포진돼있다. 모든 연령, 성별을 사로잡으며 천만 영화들이 걸었던 길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특히 극 중 시대적 배경인 1979년, 80년대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2030 MZ세대가 ‘서울의 봄’에 가장 열띤 반응을 보이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을 중심으로 신규 관객 유입이 꾸준할 뿐 아니라 N차 관람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주로 가요계에서 관측되던 SNS 챌린지까지 유행시키며 MZ들의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반응이다. 화내면서도 관람을 멈출 수 없다는 ‘서울의 봄’, 2030은 왜 이 영화에 반응하며 공감할까.

4일 오전 7시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개봉 2주차 주말 누적 관객 수 465만 5112명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인 460만 명을 개봉 12일 만에 가뿐히 넘어서며 500만 돌파를 향해 질주 중이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실화 모티브의 영화다. CGV 골든에그지수 99%, 롯데시네마 평점 9.7점, 메가박스 평점 9.5점, 네이버 관람객 평점 9.57점 등 만점에 가까운 실관람객들의 만족도와 입소문 열풍으로 올겨울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다소 생소히 느껴질 수 있음에도 불구, CGV 기준 개봉 당일 관람객이 20대 25.7%, 30대 30%로 MZ세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서울의 봄’의 흥행이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를 사로잡아 입소문을 일으킨 덕분이라고 봤다. 실제로 이들은 스마트폰 건강 애플리케이션, 스마트 워치로 ‘서울의 봄’을 본 후 증가한 심박수를 사진으로 인증해 X(구 트위터) 등 SNS에 올리는 ‘심박수 챌린지’를 온라인상에 유행시켰다. ‘서울의 봄’을 보고 분노와 답답함에 심박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는 반응이 예비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 호기심이 실관람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것. ‘서울의 봄’을 본 후 현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됐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신군부 반란 세력이 집권한 제5공화국 정부를 다룬 MBC 드라마 ‘제5공화국’까지 덩달아 주목받게 됐다. MBC는 ‘서울의 봄’ 흥행세에 힘입어 드라마 ‘제5공화국’을 MBC ON을 통해 특별 편성하기도.

이에 대해 A제작사 대표는 “공정과 가치에 민감한 MZ세대에게 ‘서울의 봄’에서 발생한 상황들은 큰 분노를 유발한다. 실화이기 때문에 해피엔딩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희생을 치렀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정치적 현실이 착잡하다는 점, 굳이 시대가 아닌 조직과 인간관계의 관점에서도 이 영화에 공감되는 포인트는 많다”며 “치밀하고 노골적인 악인들의 권력욕 못지않게 그에 맞선 반대쪽 육군본부의 안일한 태도와 융통성없는 원칙주의에 분노하는 관객들이 많더라. 극 중 전두광이 판타지같은 절대 빌런이라면, 무능한 육본 장성들은 현실에서도 많이 보는 인간상이기 때문”라고 부연했다.

극 중 전두광(황정민 분)과 외롭게 홀로 맞서는 이태신(정우성 분) 캐릭터의 매력도 한몫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태신은 모티브가 된 실화 캐릭터와 완전히 다르게 각색된 인물”이라면서도,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만 만나보기 힘든 정의로운 리더상을 보여준다. 아무도 돕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도 물러서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이태신의 모습에 관객들이 크게 이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는 다른 콘텐츠 시청 패턴을 가진 MZ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김성수 연출의 영리한 선택을 칭찬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복잡한 현대사를 전두광과 이태신의 선악 대결, 일대일 대결 형식으로 속도감있게 압축한 점, 역사 영화이지만 이를 그대로 풀어내지 않고 밀리터리 상업 액션 영화의 방식으로 전달한 점이 요즘 젊은 관객들의 입맛에 맞았다”며 “그저 전기 영화 방식으로 이를 풀어냈다면 지금만큼의 호응을 이끌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김성수 감독의 놀랍고 영리한 선택”이라고 평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역시 “우리나라 역사가 아니어도 즐기며 볼 수 있을 정도로 상업영화 관점에서도 완성도가 높다”며 “기성세대는 직접 그 시대를 겪었기에 익숙하지만,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젊은 관객들은 가까운 과거임에도 잘 알지 못하는 현대사의 이야기라 더 분노하게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전까지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오락용 영화를 관객들이 선택했는데, ‘서울의 봄’의 경우 심박수 챌린지를 통해 스트레스, 분노 지수가 더 높을수록 영화가 성공하는 추이라는 점이 흥미롭다”며 “이태신이 광화문에 진격하며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바라보는 장며니 있는데, ‘서울의 봄’ 흥행이 이순신 영화 ‘노량’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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