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생쇼' 필요 없는 날은 언제쯤[기자수첩]

4월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
휠체어 장애인 4명 중 3명 "도로 위 위협 느낀다"
갈 길 요원한 장애인 권리…"국가·사회 함께해야"
  • 등록 2023-04-21 오전 5:30:00

    수정 2023-04-21 오전 5:30: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썼던 ‘휠체어 출근’ 체험 기사에 달린 댓글을 전부 읽었다. “고생했다”는 말보다는 “요즘은 다 전동 휠체어 쓰는데…‘생쇼’하네”라는 반응이 마음에 가시처럼 박혔다. 이해의 폭을 넓혀 보기 위해 나선 길이 누군가에게는 ‘생쇼’로 보이겠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에겐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날 도로교통공단이 전동 휠체어 및 휠체어 이용 장애인 427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73.8%(315명)는 최근 5년간 실질적 교통사고 위험을 겪었다고 답했다. 4명 중 3명꼴이다. 아무리 전동 휠체어라도 두 바퀴는 두 다리보다 반응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동선이 자유롭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전동 휠체어가 걷는 것보다 빠르더라”, “정부 지원금 다 나와서 편하게 다니지 않나”, “정 불편하면 자가용으로 다니면 된다”는 의견도 이러한 상황에 위로가 될 수 없다.

고작 하루의 출근길, 반나절 휠체어 생활로는 여전히 많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이 깔린 인도,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 틈보다도 힘든 것은 스스로 위축된다는 점이었다. 평소와 똑같이 출근하는 것뿐인데, 주변의 눈치를 볼수록 ‘나오는 게 잘못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길을 가면서도 나를 설명하고, 증명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매일 한다면, 마음은 조금씩 깎여나가고 결국 밖으로 나오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면 문제의 해결은 결국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거리에 나와서 자신을 드러내고, 큰 소리로 소리칠 수밖에 없는 어떤 행동들이 ‘생쇼’로 보일지라도, 그 쇼는 그들의 절실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이해’를 말하는 것이 장애 당사자들에게는 다소 오만해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들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동권’을 당연하게 누릴 수 없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평범한 일상’이 정말로 평범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용기 상임대표는 “장애인도 지역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애 주기에 맞춘 지원 체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자율적인 선택권과 삶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움직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평범함’을 목놓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생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을 기다린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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