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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에서 재정준칙 법제화 최일선에 섰던 재정건전성심의관(국장급)은 지난달 20일 이후 계속 공석이다. 내부에서는 현재 인사상황을 고려할 때 10월이 돼야 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면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개의 한달이나 지난 후에야 활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정건전성심의관 자리가 5개월 만에 공석이 되면서 정부의 재정준칙 법제화 노력도 함께 가라앉았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국회 관계자는 “약 한달 전부터 기재부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설득하러 오지 않는다”며 “정부도 재정준칙 법제화에 관심이 없어진 듯 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재정건전성심의관 공석 후 9일 뒤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서 정부는 스스로 재정준칙을 어겼다. 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저로 했다지만 세수부족으로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9%까지 불어나 재정준칙(3% 이내)을 크게 초과했다. 적극적 확장재정을 폈던 문재인 정부의 2019년 관리재정수지 적자(2.8%)보다도 컸다. 일련의 상황은 정부가 사실상 재정준칙을 포기했다는 의구심이 생기기 충분하다.
재정준칙을 어긴 예산안 발표 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해 지금도 국회에서 계속 이해를 구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긍정적인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최선을 다해 추진하고 있나. 재정건전성과 재정준칙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고 선명성을 드러내려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었는지 의심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