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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했지만 날카로웠다. 핵심을 찔렀다. “여배우의 ’선택의 폭‘을 좁히는 건 우리가 아니라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자신감과 당당함이 묻어났다. 역시 ‘쓰앵님’이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 미니시리즈 ’SKY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의 김서형(46)이었다.
‘SKY캐슬’은 입시 제도를 풍자한다. 김서형이 연기하는 미스터리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은 사교육의 핵심이다. 담당 학생을 무조건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지만, 그 방법은 찜찜하다. 사교육에 올인한 부모들은 결과로 과정을 정당화 한다. 김주영은 그 틈을 파고 든다. 초반에는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서서히 부모의 불안을 쥐고 흔들며 ‘마왕’의 면모를 드러낸다.
캐릭터를 세공하는 과정은 치열했다. 색깔은 늘 검정이지만, 감정의 변화에 따라 다른 원단을 택했다. 독한 대사를 내뱉을 땐 가죽을 입었다. 매회 의상 회의만 4시간씩 걸렸다. 두피에 좋지 않은 올백도 캐릭터를 위해 고수했다. ‘미소 짓는다’는 지문에 수차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칫 김주영이 아닌 김서형의 얼굴이 나올까 하는 우려였다. 후반부에는 멱살잡이부터 오열까지 감정이 폭발했다. 리허설 할 때마다 서로 “기빨린다”고 하소연했다. 등이 멍으로 물들기도 했다. 덕분에 눈꺼풀의 떨림만으로 감정이 전달되는 독특한 캐릭터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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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1일 방송하는 최종회에 대해 물으니 “혜나는 제 딸이다. 조 선생과 사랑하는 사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차기작이 저도 궁금해요. ‘아내의 유혹’ 이후 힘주는 역할이 주로 들어왔죠.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제안 받을지 떨리고 기대됩니다. 비슷한 작품이 와도, 제가 원하는 장르물이 와도 무엇이든 열심히 할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