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기자24시]‘문재인 시계’를 찬 국회의원에게 드리는 ‘전문’

모두가 ‘친문’이라는 민주당의 입법 독주
“통합과 공존” 제시한 文대통령 정치 비전 어디로
'우리만 옳다' 접근은 위험… 야당 목소리도 들어야
  • 등록 2020-08-02 오전 6:00:00

    수정 2020-08-02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모 의원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손목이 유난히 반짝거리기에 유심히 살폈습니다. 두 마리 금빛 봉황 아래 ‘대통령 문재인’이 새겨진 이른바 ‘문재인 시계’였습니다. 노르스름한 시곗줄이 빳빳해 새것 같았습니다. 물어보니 당선 기념으로 받은 선물이라고 답했습니다. “대통령과 가까워진 느낌이다”고 말한게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청와대 경험이 있거나 ‘친문’을 자처하는 의원 중 상당수가 이 ‘문재인 시계’를 차고 의정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문재인’이라는 이름은 의미가 큽니다. 4·15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이후 ‘비문’(비문재인)을 구분해 내는 것은 무의미할 정도로 ‘친문’(친문재인)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대통령의 시계를 차는 것은 자신이 ‘친문’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혹은 당내 유일이자 최대 계파에 포함되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친○’이라 함은 단순히 계파 구분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정치철학을 따르고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한다는 의미입니다. ‘친문’이라는 말은 곧 문 대통령의 정치적 노선을 지지하며 따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국정 운영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문 대통령의 19대 대통령 취임사를 살펴봤습니다. 그는 국민 앞에 가장 먼저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취임한 2017년 5월10일을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며칠 새 민주당을 보면 과연 이들이 ‘친문’으로 구성된 정당인지 의문스럽습니다. 문 대통령의 약속과는 달랐거든요. 지난달 30일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새 임대차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했을 때였습니다. 해당 법안들은 마치 고속도로를 탄 듯 상임위를 통과한 지 불과 수일 만에 공포되 시행됐습니다. 야당과 언론, 전문가가 일제히 부작용을 우려했으나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신시대에도 이렇게 하지 않았다”고 개탄했습니다.

대통령이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 했으나 민주당은 입법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부동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하나 미래통합당 소속 국회의원 역시 국민이 뽑았고 국민을 대표합니다. 민주당이 통합당 설득을 포기할 때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라는 대통령의 말은 공허해집니다. 6석의 정의당도 “일방적 국회 운영은 안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친문’으로 뭉친 민주당이 문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을 따르고 있는지 묻습니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해온 것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다른 의견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왔습니다. ‘우리가 옳고 너희는 틀렸다’는 이분법적 접근은 위험합니다.

취임한 지 3년이 지난 문 대통령의 약속이 그새 변한 것일까요 아니면 176석으로 덩치가 커진 ‘친문’이 변한 것일까요.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는 대통령의 비전 실현에 달렸습니다.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질 때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은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아래는 문 대통령의 취임 연설 전문입니다. ‘문재인 시계’를 차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에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지금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께 부여받은 막중한 사명감으로 무겁습니다.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 못 한 나라를 만들겠단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 새로운 세상을 열 청사진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우리 만들어가려는 새 대한은 숱한 좌절과 패배에도 불구 우리 선배들이 일관되게 추구 했던 나라. 또 많은 희생과 헌신 감내하며 우리 젊은이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나라.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임을 천명합니다.

함께 선거를 치른 후보들께도 감사말씀과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이번 선거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갈 동반자입니다. 이제 치열했던 경쟁의 순간은 뒤로하고 함께 손을 맞잡고 앞으로 정진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몇 달, 우리는 유례없는 정치 격변기를 보냈습니다.

정치는 혼란스러웠지만 국민은 위대했습니다. 현직 대통령 탄핵과 구속 앞에서도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앞길을 열어줬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승화시켜 오늘의 새 세상을 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위대함은 국민 위대함입니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 국민들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고른 지지로 새 대통령으로 선택해주셨습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대통령 문재인은 바로 그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 하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우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데로 지금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서 대 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견제 장치를 두겠습니다. 낮은 자세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안보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습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 하겠습니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습니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습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 다하겠습니다.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한편으로 사드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습니다. 튼튼한 안보는 막강 국방력에서 비롯됩니다. 자주 국방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북핵문제를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겠습니다.

동북아 평화 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 긴장완화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 끝나야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 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 해 이를 맡기겠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습니다. 민생도 어렵습니다. 선거과정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 챙기겠습니다. 동시에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 사라질 것입니다.

지역과 계층,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할 길을 모색하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졌습니다. 불행한 대통령 역사가 계속됐습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 불행한 역사는 종식돼야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 모법이 되겠습니다.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서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깨끗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 되겠습니다.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되어 이웃과 정을 나누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자랑으로 남겠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되겠습니다. 선거과정서 제가한 약속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대통령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솔선수범해야 진정한 정치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 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 안 하겠습니다.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 마음으로 항상 살필 것입니다. 국민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 되겠습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대통령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와 소통하는 대통령 되겠습니다. 광화문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으로 남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7년 5월 10일 오늘, 대한민국은 다시 시작합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 길에 함께해주십시오. 저의 신명을 바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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