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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판에 붙인 종이, 그 위에 먹뿐인 작품은 세상이 감춰둔 어떤 암호를 말한다. 다만 전제가 있는데 ‘예술’과 연관이 있다는 거다. 지금처럼 경계가 선명한 예술 그 이상이다. 그간의 ‘빗살무늬’ ‘고구려의 기와문양’ ‘고조선’에 이어 이번엔 ‘고인돌의 암각화’에서 찾아낸 ‘예술성’이라고 하니까.
그간 유지하던 작품세계에도 변화를 줬는데, 색이 빠졌다. 유화물감의 강한 색상으로 상징을 만들던 데서 색을 빼버렸다는 것 자체가 단순치 않다. 대신 들인 먹에 그 역할을 다 넘겼다. 먹빛 고인돌 형상에서 ‘감추듯 드러내는’ 현대 추상의 결을 봤나 보다.
11일까지 서울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예술과 암호-고인돌의 그림들’에서 볼 수 있다. 종이에 먹, 나무패널에 배접. 153×110㎝. 작가 소장. 슈페리어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