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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월1일~10월24일) 자사주 처분 결정 공시건수는 7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자사주 처분 공시 후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36건으로 전체에서 51.4%의 비중을 차지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코스피보다 자사주 처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코스피 시장에선 올 하반기 28건의 자사주 처분 결정 공시가 확인됐는데, 이 중 다음 날 주가가 하락한 사례는 12건으로 42.9%에 그쳤다.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42건의 자사주 처분 결정 공시가 이뤄졌으며, 다음 날 주가가 하락한 사례는 24건으로 57.1%를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자사주 처분 공시 뒤 주가 낙폭이 코스피 업체보다 더 컸다. 코스닥 업체 중 자사주 처분 공시 후 주가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셀피글로벌(068940)이었다. 셀피글로벌은 8월16일 10억65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을 공시한 뒤 주가가 5030원에서 4560원으로 9.3% 떨어졌다. 넥스턴바이오(089140)도 지난 8월19일 34억2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 결정하고 다음 날 6.3% 하락했다.
상장사 “임직원 성과금 지급”…주주들 “왜 하필 지금”
국내 상장사들이 하락장 속에서 자사주를 처분한 계기는 주식거래량 활성화, 부채비율 개선,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등 목적이 다앙했다. 다만 대부분의 경우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상여금 지급,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자기주식 교부 등을 목적으로 꼽았다.
소액주주들은 하반기 상장사들의 자사주 처분에 대해 “지금 이 시국에 자사주 처분이 웬말이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자사주 처분이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사주 처분의 경우 시중 유통 물량을 줄어드는 자사주 소각과 달리, 매각을 거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늘어난다. 아울러 현금이 부족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는 데다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처분이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한 부정적인 시그널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 처분으로 상여금을 지급하거나 스톡옵션을 교부하는 건 직원들의 의욕을 높이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한 경영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량한 기업들은 성과급나 상여금 지급할 때 평소에 보유한 자금을 활용한다”며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자사주를 소각해 주당순이익(EPS)을 개선해야 주주에 이롭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