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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틀리코프 교수는 인구 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해 재정정책을 연구하는 저명한 재정 학자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적연금의 개혁은 세대간, 계층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공적 연금이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선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의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정부의 연금 개혁 시도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번번이 좌초돼왔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등의 방식이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국민들에게 이것이 개인과 정부간의 문제가 아닌, 나와 내 후손 간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 희생이 없다면 당신의 자손들이 앞으로 너무나 힘들어질 것이란 걸 알려줘야 한다”며 “개혁이 당신들의 자손들을 돕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국가의 재정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 등은 지속가능한 재정운용을 위해 활용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GDP 대비 부채비율 지표는 정부가 세부 항목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이는 진정한 재정 측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도 크게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봤다.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젠 GDP 대비 부채비율 지표를 그만 사용할 때가 됐다”며 “EU(유럽연합) 국가 중 27개국이 3년마다 재정 격차를 계산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도 당장 재정 격차 계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코틀리코프 교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빠른 한국에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여성들이 출산으로 자신의 경력이 단절된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려면 미세한 정책 조정만으로는 어렵다”며 “국가 전체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위해 육아휴직 및 육아휴직급여, 출산전후급여를 확대해왔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그러나 “보다 고품질의 돌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