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앙'... 미국작가파업의 겉과 속

스타급 작가 동참, 대중 지지 속 '탄력'
  • 등록 2008-01-09 오후 1:37:18

    수정 2008-01-09 오후 3:09:27

▲ 약 3개월째 지속중인 미국작가파업(사진=미국작가협회 공식홈페이지)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3개월째 지속 중인 미국작가협회의 파업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오는 13일 개막 예정이던 제 6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전격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국 배우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는 작가 노조를 지지하고 시상식 참석 거부를 결의하며 골든글로브 주최측인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가 시상식 개최를 포기한 것이다.

미국작가협회는 작품에 대한 저작권료 현실화를 주장하며 지난해 11월5일 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미국작가협회는 10월31일 '영화, 방송 제작자 연맹(AMPT)'과의 3년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 협상에서 DVD 판매액 지분 인상, 인터넷과 휴대폰 등 뉴미디어로 판매되는 작품에 저작권료 인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제작사 연맹은 초기보다 DVD 판매율이 증가하지 않았고, 인터넷과 휴대폰은 시장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저작권료 지불이 불가능하다고 작가 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작가협회는 “1988년 이후 맺은 저작권 협정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20년 동안 쌓인 불만을 대대적인 파업으로 분출해냈다. 현재 미국 작가들은 20 달러(한화 약 2만원)에 거래되는 DVD 1개 당 3센트(한화 약 30원)의 저작권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 작가들의 결의로 빙하기 맞은 미국 영상 엔터테인먼트 산업

미국작가파업으로 미국 영상 산업은 방송, 영화 등의 촬영을 접는 등 유례 없는 방송, 영화의 제작 빙하기를 겪고 있다. 방송의 경우 ‘석호필’의 감옥 탈출기로 우리나라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3’가 미국 폭스 방송에서 8회를 끝으로 지난11월14일 방송이 중단됐다. 올 1월 방송 예정이었던 미국의 메터방지기관의 수사 현장을 주제로 한 '24 시즌 7’도 대본문제로 사전 제작이 취소돼 방영이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혹은 매주 방송되는 토크쇼와 코미디 쇼프로그램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 CBS 방송의 ‘데이빗 레터맨쇼’를 비롯, NBC 방송의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 '코난 오브라이언 쇼’ 등은 파업 시작일로부터 제작이 전면 중단된 채, 재방송분만으로 방송의 공백을 간신히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작가협회의 파업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도 주춤하게 만들었다. 할리우드 흥행 보증수표 조니 뎁은 올 2월부터 영화 ‘샨바탐’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지 않아 촬영을 연기했다. 톰 행크스 주연의 ‘다빈치 코드 2’와 톰 행크스와 올리버 스톤이 제작 중인 영화 ‘나인’도 시나리오 문제로 촬영이 전면 중단됐다.  

◇ 미국작가파업이 힘을 갖게 된 이유

이렇듯 미국작가협회 파업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힘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로스트’의 칼튼 쿠스, ‘더티 섹시 머니’의 그렉 벌랜티 같은 유명 작가 겸 프로듀서들과 배우, 토크쇼 MC들이 작가들의 시위에 적극 동참, 힘을 보태며 가능해졌다.   

미국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 이혼녀 가브리엘로 나오는 할리우드 스타 에바 롱고리아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작가 시위에 적극 동참했다. 할리우드의 박명수라 불리는 제이 르노는 “난 작가들과 20년 넘게 함께 일했다. 이들이 없으면 난 죽은 사람”이라며 작가 시위 현장에 달려가 시위 참가자들에게 도넛을 제공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 시청자들의 3분의 2가 이번 파업을 지지하고 나서 미국 작가들의 파업 여파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지켜본 제작사조합대표 니콜라스 카운터 3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파업은 20년 전 파업 때보다 협의 내용과 관련 다소 복잡한 부분이 많아 파업이 9~10개월 간 장기화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할리우드 직접 영향권, 한국은 간접 영향권 

미국 작가들의 장기 파업이 예상되면서 작가 조합의 요구가 어떻게 반영되느냐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스 통신사 에이피(AP)는 “미국 방송, 영화계의 작가조합, 배우조합, 감독조합은 다른 조직의 협상안을 기준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는 관례가 있다”라고 보도해 이번 작가 파업이 올 6월 말로 예정된 감독조합과 배우조합의 계약 갱신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영화배우조합 애런 로젠버그 의장은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작가조합이 이번 파업으로 어떠한 결과물을 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미시적으로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 취소에 이어 올 2월24일(현지시간) 열릴 제 8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작가 협회의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시상식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시상식을 한달여 밖에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작가 조합과 제작사 조합간의 의견차를 기간 내 좁히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 달 여 안에 작가조합과 제작사 조합 간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이라는 두 메이저 영화 시상식을 모두 취소하게 되는 최악의 사태를 맡게 될 수도 있다. 작가협회는 이미 “시상식도 파업 대상이다”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에서 작가파업이란 날개짓이 한국에 미칠 ‘나비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듯 보인다.

당장 케이블 채널 '캐치온'에서 방영 중인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3'의 방영부터가 차질을 빚고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한국 내 미드 열풍을 야기시킨 대표 드라마로 한국 배급사인 온미디어는 미국 현지에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3'가 한창 제작 중인 시점에 방영을 시작했다. 
 
온미디어 관계자는 "미국 현지 방송에서 6화를 넘지 않은 TV 시리즈를 국내에서 방송하기는 처음"이라며 "빠른 상영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예기치 않은 미국 작가 협회의 파업으로 8회를 끝으로 지난 12월28일 방송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작가파업의 장기화 우려에 대해 미국 드라마의 케이블 TV  배급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미국 드라마가 미국에서 이미 제작이 완료된 작품이라 방송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생각보다 미국작가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유럽이나 타국의 드라마를 대체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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