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올림픽 드라마도 알고 보면 '의학 드라마'

  • 등록 2008-08-13 오전 9:50:16

    수정 2008-08-13 오전 9:50:16

[조선일보 제공]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정상을 위해 구슬 땀을 쏟으며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낸 그들이 보여주는 감동과 희열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올림픽 경기도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선수들이 먹는 간식부터 손가락에 감는 테이프 하나까지, 그 속에 과학이 숨어 있다. 메달 경쟁에만 관심이 쏠려 미처 보지 못했던 올림픽의 숨은 1인치 비밀들을 종목별로 정리했다.

근육 짧고 굵은 흑인… 수영엔 불리
수영과 인종


유명한 수영 선수 중에는 흑인이 없다. 왜 그럴까? 인종적으로 흑인은 짧고 굵은 근육이 발달해 있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기 좋지만, 백인은 가늘고 긴 근육이 발달해 있어 굵은 근육을 가진 흑인보다 몸을 유선형으로 만들기 쉽다. 또 발차기를 할 때 물의 저항을 적게 받아 젖산이 훨씬 적게 쌓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영선수 중에는 흑인뿐 아니라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사람도 거의 없다.

배영 국가대표를 지낸 한국체육대 사회체육학과 육현철 교수는 "박태환 선수는 막판 스퍼트가 좋은데 이는 백인과 흑인의 중간 정도의 근육을 가졌기 때문"이라며 "요즘 우리 선수는 기본적으로 백인과 같이 가늘고 긴 근육이 발달해 있어 물의 저항을 덜 받는데, 흑인에게 발달한 짧고 굵은 근육도 가지고 있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어 마지막에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월경 하면 체형 변해 선수생활 방해
체조와 월경


우리나라 초경 평균 연령은 만 12.1세. 하지만 여자 체조 선수는 고등학생 때쯤 초경을 한다. 초경이 늦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지방이 적고 운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권한성 교수는 "지방은 여성호르몬을 합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체조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과도한 식이조절로 인해 체지방량이 매우 적으므로 여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적게 분비된다.

또 장시간 과도한 운동을 하므로 생체 리듬에 변화가 생겨 호르몬 분비나 조절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무월경'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마른 사람이거나 운동선수처럼 체지방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대한체조협회 국가대표 민아영 코치는 "하지만 월경을 늦게 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여자 체조선수가 월경을 하면 살이 찌고 골반도 벌어지므로 선수생활에 있어서 방해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마라톤엔 지방대사 돕는 커피가 약
마라톤과 커피


마라톤 선수들이 시합을 앞두고 마시는 비밀 음료는 다름 아닌 커피다. 일반적으로 운동을 할 때는 탄수화물인 글리코겐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만, 글리코겐을 다 쓴 뒤엔 체내에 축적돼 있는 피하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김현숙 교수는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지방대사를 돕는다는 것이 여러 논문을 통해 증명됐다"고 말했다.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한 한국체육대 체육학과 김복주 교수는 "장시간 동안 에너지 소모를 하는 중·장거리 선수들이 시합 전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섯 잔 이상 마시면 카페인의 각성작용 때문에 도핑테스트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꽉 조인 벨트, 폭발적 힘에 한 몫
역도와 벨트


장미란 선수는 용상(바벨을 가슴까지 한번 들었다가, 숨을 고르고 다시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역도경기의 한 방법) 경기를 할 때, 가슴에 바벨을 올린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중얼거린다. 주문을 하는 것도, 기도를 하는 것도 아니다.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다. 역도 국가대표를 역임한 태릉선수촌 천우호 트레이너는 "역도는 순간적으로 아주 큰 힘이 필요하므로 숨 고르기가 매우 중요하다.

바벨을 들기 전 자신이 들이마실 수 있는 최대한의 공기를 흡입한 뒤, 바벨을 가슴에 잠시 걸친 후부터 팔을 위로 쭉 밀어 올리기 전까지는 들이마신 숨의 3분의 1정도를 얕게 내뱉은 후 다시 숨을 들이마시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역도 선수가 벨트를 차는 이유도 '숨 고르기'와 관련이 있다. 천 트레이너는 "척추를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배를 꽉 눌러 복강 압력을 높임으로써 폭발적인 힘을 내려는 목적이 더 크다" 고 말했다.

바나나 속 마그네슘, 경련 예방
축구와 바나나


하프타임 때 선수들은 바나나를 즐겨 먹는다. 바나나는 칼로리가 높은 데다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이 많기 때문이다. 바나나 100g당 칼로리는 93㎉로 밥 3분의 1 공기에 해당하며, 100g당 마그네슘은 33㎎으로 우유의 2배 이상이다. 김현숙 교수는 "특히 바나나에 많은 마그네슘은 격한 운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련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다. 휴대하기 쉽고 깎지 않고 껍질만 벗겨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체육대 체육과학연구소 조인호 교수는 "특히 축구는 칼로리 소모가 많아 운동 도중 칼로리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탄수화물 드링크제들이 많이 나와 선수들이 예전보다는 바나나를 덜 찾는다"고 말했다.

단백질만 먹고 체내 수분 빼내 감량
레슬링과 고무줄 체중


레슬링 60㎏급 정지현 선수의 평소 체중은 68~69㎏. 때문에 계체(計體) 약 1주일 전부터는 체중 감량에 들어가 9㎏을 감량하고, 계체가 끝나면 본래 컨디션을 되찾기 위해 하루 동안 9㎏을 늘린다. 이런 급격한 체중 증감에는 비법이 있다. 하루 1㎏ 이상 체중을 빼려면 1주일간 칼로리는 높으면서 중량이 적게 나가는 단백질 식품만 먹으며 체내에 축적된 수분을 전부 빼낸다.

반대로 다시 하루 만에 9㎏을 늘리려면 소화가 쉬우면서 살이 찌기 쉬운 죽과 같은 탄수화물 식품을 하루 8끼 이상 쉬지 않고 먹는다. 포도당 주사도 맞는다. 레슬링 국가 대표를 지낸 한국체육대 훈련과 김대관 트레이너는 "레슬링 선수는 몸에 지방이 거의 없어 빼낼 것이 수분 밖에 없다. 살을 뺄 때는 물도 마시지 않고 한여름에도 땀복을 입어 수분을 빼낸다"고 말했다.

테이프 감아 손톱 밑 출혈 막아
배구와 손가락 테이프


배구 선수들이 손가락에 테이프를 감는 이유는 손가락 관절을 보호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대한배구협회 박범창 경기부장은 "스매싱을 할 때 손톱과 손톱 밑에 있는 피부 사이가 벌어지면서 출혈이 생길 수 있는데 테이프를 감으면 출혈을 막을 수 있다. 또 배구선수는 대부분 손가락이 건조한데 테이프를 붙이면 테이프 안이 축축해지면서 손가락 끝이 갈라지는 등의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손가락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스매싱할 때 손 스냅이 더 잘 되게 해주는 역할도 있다"고 말했다.

턱의 충격, 바로 뇌로 전달돼 위험
복싱과 턱


복싱선수가 최선을 다해 턱을 방어하는 이유는 해부학적으로 턱뼈가 다른 뼈보다 약해서가 아니다.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고영초 교수는 "턱을 맞으면 충격이 경추(목뼈)와 두개골 사이로 바로 전달된다. 이 부위는 연수를 비롯해 많은 뇌 신경들이 지나가는 곳이어서 펀치를 맞으면 일시적인 뇌진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는 "이런 일시적 뇌진탕 증상은 몇 초 내로 사라지지만,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경우엔 뇌출혈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경기 후 증상이 없더라도 뇌출혈 발생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88올림픽 때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상비군(후보선수) 박시헌 감독은 "이 때문에 선수들은 턱만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법을 따로 훈련 받고, 턱을 잘 지탱하기 위해 목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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