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커창지수와 리코노믹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 등록 2013-07-30 오전 6:00:00

    수정 2013-07-30 오전 6:00:00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미국 중앙은행 총재인 그린스펀 의장은 자신만의 독특하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경기상황을 진단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사용한 많은 지표 중에 쓰레기 발생량도 포함되어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국민소득이 집계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따라서 거시경제상황을 파악하고 현재 상황을 꿰뚫어 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마치 건강검진을 하고서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이러다 보니 지표가 나오기 전에 현재 상황을 진단하게 해주는 보조지표들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쓰레기 발생량은 좋은 보조지표라고 볼 수 있다. 소비와 투자가 왕성해지면 쓰레기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일 쓰레기 반입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거의 확실하게 진단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중국의 경제상황을 진단할 때 사용한다는 변수들이 공개되어 화제를 불렀다. 사실 중국의 소득 통계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고 이는 여러 군데에서 확인이 된다. 지방정부 관리들이 경제적 성과에 의해 평가를 받다보니 통계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과장해 중앙정부에 보고를 하고 이로 인해 중앙정부 발표통계가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커창 총리는 과장하기 힘든 통계 세 가지를 가지고 경제상황을 평가하는데 그 세 가지는 첫째 은행대출, 둘째 철도화물수송량, 셋째 전기사용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세 가지는 과장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돈이 도는 속도와 관련된 대출액수, 그리고 물류이동과 직결된 철도화물수송량, 그리고 생산활동과 직결된 전력사용량을 가지고 경제전체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세가지를 잘 결합해 지수화시킨 ‘커창지수’(克强指數)라는 지수까지 등장했다. 북경대 경제학 박사 출신답게 리커창 총리는 상당한 직관력을 가지고 중국경제의 본질을 진단하면서 경제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리커창 총리의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리코노믹스’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핵심적인 내용은 인위적 경기부양 배제, 부채 축소, 그리고 구조개혁 단행에 있다고 진단되고 있다. 물론 이렇게 간단하게 요약하기는 힘들지만 큰 그림으로 볼 때 고성장 기조를 탈피하면서 7% 대의 중성장 국면으로 가더라도 지나친 부양은 지양하겠다는 의지가 상당 부분 읽히고 있다.

금번 글로벌 위기는 돈이 너무 풀려서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발생한 것임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위기의 극복과정을 보면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발생한 위기를 돈을 풀어 해결하는(양적완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서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이렇게 보면 보다 긴 안목을 가지고 더 이상의 화끈한(?)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지양하고 정공법으로 가보자는 ‘리코노믹스’는 우려의 여지도 있지만 상당 부분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감세조치 등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큰 그림으로 볼 때 당장은 좀 괴로워도 훗날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미리 차단하고 구조조정도 병행함으로써 체질을 개선하자는 방향은 새길만한 교훈을 던져준다.

너무 빨리 달리다가 엔진이 과열되면 아예 못쓰게 될 수도 있으니 속도를 줄여서 엔진의 과열을 막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최근 행보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크고 과감한 리코노믹스가 좋은 성과를 냄으로써 중국과 맞닿아 있는 우리 경제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해본다.

윤창현(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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