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마 머리채를 쥐어뜯겠다”는 ‘잔혹 동시’

  • 등록 2015-05-11 오전 3:00:00

    수정 2015-05-12 오후 8:00:54

잔혹 동시 ‘솔로 강아지’ 출판사 가문비 공식 사과문
열 살짜리 초등학교 여학생이 썼다는 ‘잔혹 동시(童詩)’가 사회적인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 차마 입에도 올리기 어려운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 먹어”라는 구절이 들어 있다니 요즘 어린이들의 가정과 부모에 대한 뒤틀린 심성의 일면을 엿보게 된다. 이빨을 뽑아 버리거나 머리채를 쥐어뜯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지만, 그 정도는 차라리 약과다.

아직 사고가 성숙되기 이전인 어린아이의 동시 한 구절을 놓고 사회적 반항이라거나 패륜이라고 말하기도 곤란하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글을 썼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더욱이 이런 내용이 ‘솔로 강아지’라는 동시집에서 ‘학원 가기 싫은 날’이라는 하나의 작품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 어린이의 생각을 지레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도 사회와 가정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본인들의 생각과는 아랑곳없이 학원이나 과외공부로 몰아대는 부모에 대해 원망이 없을 수 없다. 집안에서 부모와 원활한 대화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어린이날에 아이들을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는 것만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이미 학교마다 일탈 학생들로 골치를 앓는 상황이기도 하다. 학교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가슴속 고민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가정불화와 빈곤으로 인한 결손 어린이도 문제려니와 걸러지지 않은 텔레비전의 막장 드라마나 연예프로그램도 어린이들의 행동과 사고 형성에 그릇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린아이의 일시적인 반발심을 상술에 이용하려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문제다. 이번 문제가 된 동시에 있어서도 굳이 끔찍한 내용의 삽화까지 곁들여가며 출판한 것은 문제가 있다. 어린아이의 생각이 진짜 그렇다면 출판보다는 개인적인 훈계나 교화가 먼저였다. 출판사가 동시집을 자진 회수·폐기하기로 했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이런 기억이 해당 어린이에게 자랑거리가 아닌 씻지 못할 상처로 남게 된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지겠는가. ‘가정의 달’을 보내며 우리 어른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