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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나이프로 잘 잘라낸 빵이 배를 드러내고 놓였다. 옆에 앉은 강아지 집처럼도 보인다. 한 조각만도 아니다. 여기저기 빵 덩어리가 컵·병·오징어·꽃 사이에 흩어져 있다.
정물화가 맞다. 그런데 여느 정물화와는 좀 다르다. 생김새 탓은 아닌 듯하다. 형태는 제대로 갖췄으니. 다만 제멋대로의 크기가 좀 걸린다. 기꺼이 원근법을 파괴해 정물화의 기본원칙을 깨고 있는 거다.
‘정물1-동화의 구조’(2018) 역시 괴물로부터 탈출시킨 다차원 생물의 집합체라고 할까. 그런데 왜 굳이? 그런 건 묻지 말란다. 그림의 의미는 보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찾아내는 거라고.
10월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다차원 생물: 의미의 구조’에서 볼 수 있다. 린넨에 오일. 100×100㎝.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