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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株소설]매냐 비둘기냐 고민하는 파월, '매둘기'가 돼버릴까

美 5Y5Y, 5월 중순 이후 2.2~2.3%대서 안정
S&P GSCI 상승 둔화…BDI는 하락세
노동참여율 코로나 전 수준 미복귀·자연실업률 상향 가능성
"美 정부 강한 노조 선호…인플레는 힘(Power)이다"
  • 등록 2021-06-04 오전 4:10:00

    수정 2021-06-04 오전 8:39:01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몇몇 주요 인사들이 최근 들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란 단어를 자주 내뱉으며 매파(hawkish)로 전향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비둘기파(dovish)에 있어, 결과적으론 연준 안에서 의견 일치가 안 되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결국 연준에 매파적인 기운이 계속 퍼져 나갈 것인데, 시장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모습을 비춰선 안 되기 때문에 비둘기들은 매를 인정하면서도 본인이 비둘기임을 피력하기 위해 ‘애매한 문장’들을 내뱉을 것이다”라고 전망합니다. 그 이유는 역시나 인플레이션으로 지목됩니다. 달라진 건 원자재값 상승보다 더 위험한 노동시장과 임금에 관련됐다는 점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원자재 병목은 사라지겠지만, 노동자 부족이 온다

3일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5Y5Y 선도 인플레이션(5-year, 5-year forward Inflation)은 올 초 1.5%에서 지난달 11일 2.38%까지 치솟았습니다. 그 뒤 안정세를 보이며 2일 2.2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10년물 기대 인플레이션에서 5년물 값을 뺀 것으로,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진성 물가상승 기대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데이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시장은 연준의 ‘일시적 인플레’ 얘기를 믿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럴 만도 한 게 최근 원자재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4개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S&P GSCI(Goldman Sachs Commodity Index) 상품 지수는 2일 531.23을 기록해 연초 400선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이 역시 5월 중순 들어 상승세가 둔화됐습니다. 철광석 등 고체로 된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 운임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5월 21일 3266.00 고점을 찍고 2일 2530.00으로 하락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상품(Commodity) 가격을 강제로 통제하는 것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수요와 공급의 자연스러운 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원자재 선물 사재기 등 투기성 매매가 줄어든 것으로도 파악됩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도 가격이지만, 운임이 오르면서 인플레, 마진 스퀴즈(수익성 압박) 우려가 더 커졌는데 BDI가 하락하는 걸 보면 조금 누그러지나 싶은 생각도 든다”며 “아무래도 유럽과 아시아 경제 재개가 가까워질수록 공급 병목 해소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소재와 부품 업체보다는 셋트 업체에 좋은 이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은 최근 테이퍼링을 더 자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준 핵심 관계자는 아직도 일시적 인플레이션을 강조하고 있단 점에선 불협화음이기도 합니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매파로 통하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을 이유로 조기 테이퍼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전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 총재의 발언에서 ‘매의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불러드 총재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한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얘기했고, 가장 강력한 비둘기인 브레이너드 이사는 ‘경제가 양방향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데이터를 주시하겠다’고 했다”며 “이렇게 되면 이번 주 금요일 발표될 고용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실업률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코로나가 만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노동자들’

연준 내 매파가 퍼지는 이유에 대한 힌트는 불러드 총재의 발언을 보고 얻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복병으로 지목되는 임금 상승입니다. 노동 시장에서 수급 문제가 발생해 임금이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단 것입니다. 상품 가격은 최근 사례처럼 수요 측에서 힘을 갖게 되면 다시 하락할 수도 있지만, 임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상품이 아닌 사람은 한 번 올라간 임금이 다시 떨어지는 걸 용인하지 않습니다. 임금 인상이 재화 가격 인상보다 인플레이션에 더 위험 요소인 이유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서 미국 실업률은 지난해 4월 14.8%에서 지난 4월 6.1%로 꾸준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완전고용실업률 또는 자연실업률로도 불리며 정상적인 상태의 4.5%(2분기 기준)에 조금씩 근접해 갑니다. 지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정상 실업률에 대한 기준은, 일할 만한 사람은 모두가 일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의 실업률을 뜻합니다. 이는 마찰적 실업률과 구조적 실업률 둘로 분해됩니다. 전자는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생겨나는 실업이고, 후자는 일자리 자체가 구직자보다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실업입니다.

문제는 이 자연실업률 자체가 높아져 있을 가능성입니다. 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를 충분히 받은 사람들은 웬만해선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려 합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로 작정하거나,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은퇴 시기를 다소 앞당길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4차산업 혁명이 가속화돼 IT전문직종은 나날이 느는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갑자기 생겨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마찰적 실업률과 구조적 실업률이 모두 증가한 셈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인의 노동시장 참여 부진이 일시적이겠지만, 팬데믹에 따른 영구적인 변화도 시사한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만약 자연실업률을 측정하는 미국의 의회예산처(CBO)가 이를 너무 낮게 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극단적인 예로 자연실업률이 이미 6.1%라면 지금 미국은 이미, 연준이 긴축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완전고용을 이미 달성한 것이 됩니다. 여기서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실업률은 경기 상황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 완화 기조를 유지해 활성화해도 변동이 없을 거기 때문입니다.

자연실업률이 상향 조정된다는 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다는 의미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노동의 공급단에서 해결이 어려운 병목현상이 생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생겨 취업을 미룬 사람이 늘고 IT 개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수 자체가 없는 등으로 노동 공급이 줄어 노동자의 힘이 커지게 되고, 이는 임금 상승을 자극합니다. 미국 노동참여율은 지난해 4월 60.2%에서 올해 4월 61.7%로 복귀됐지만 코로나19 전인 63%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지원금, 노동시장 미스매치 등의 이유로 코로나19 이전에 일했던 사람들이 영영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시는 63%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주간노동시간은 4월 35시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구직자는 적은데 기업들은 채용을 더는 늦출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노동참여율 추이. (출처=연방준비제도)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호황엔 오히려 사람들은 취업 대신 꿈을 택하고, 불황엔 취업을 택한다”며 “여기다 미국은 현재 1960년과 같은 복지정책을 쏟아부어 노동공급을 감소시켰다. 이 두 가지는 먼 미래에 인플레이션 압력과 버블 붕괴의 불씨가 돼 돌아올 것이다”라고 관측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미국이 최근 큰 정부와 강한 노조를 선호한다”며 “인플레는 가격이 급등하면 반대급부로 공급이 늘어 하락하는 원자재 가격 상승만으로 높아지는 게 아닌 힘(Power)에 의해,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행한 것은 바이든 정부가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이란 이름의 인프라 투자 ‘미국 가족 플랜(American Families Plan)’ 등 천문학적 규모의 정책을 펴고 있단 것입니다. 이는 방황하는 노동자들에 구미가 당길만한 일자리를 늘리거나 IT업계 등 접근하기 어려운 직업군에 도전할 수 있게 할 자양분입니다. 효과를 보려면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문제지만 말입니다.

연준 관계자들은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이미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실제 경제에 미칠 위험의 규모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과 ‘혹시라도 위험이 크면 큰일이니 지금 그냥 인플레이션을 잡자’는 의견이 대립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두에 언급한 금융업계 관계자가 연준이 앞으론 ‘애매한 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5일, 5월 신규고용 및 실업률 발표와 파월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정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지만, 테이퍼링을 생각하는 것조차는 이번엔 생각하고 있다”는 식의 이상한 말을 하게 되는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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