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 되든 ‘안전진단’ 완화…재건축시장 기지개 펴나

이·윤, 구조안전성 비중 낮춰 안전진단 완화 추진
서울 공급 위해 재건축 활성화 필수..민심 달래기
그동안 막혀 있던 서울 재건축 시장 훈풍 기대감
목동·노원 수혜..1기신도시도 재건축 도전 늘듯
  • 등록 2022-01-11 오전 5:20:00

    수정 2022-01-11 오전 5:20:00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올해로 34년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아파트는 지난해 4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곧바로 적정성 검토를 신청했지만 이내 취소했다. 현 정부에서 2차 정밀안전진단을 쉽게 통과해주겠느냐는 여론이 있어서다. 때마침 먼저 신청한 공릉동 태릉우성이 탈락하자 대선 이후로 적정성 검토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정부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하면서 주요 재건축추진 단지들이 적정성 검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작년에는 노원구 공릉동 태릉 우성을 포함해 양천구 목동11단지,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등 총 14개 단지가 적정성검토를 신청했지만 통과한 곳은 단 1곳도 없다.

이 때문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각 지자체장의 안전진단 규제완화 요구가 거셌고 최근에는 여야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정비사업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고 나섰다. 이들의 공통관심사는 ‘부동산 안정화’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가 원하는 도심 내 공급을 통해 집값 진원지인 서울의 주거난과 집값 급등세를 잡겠다는 취지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도심 내 주택공급’ 文과 색다른 李

10일 정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현행 구조안전성 비중 50%를 25~30% 수준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재건축추진 단지의 적정성검토 통과가 쉬워지고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 두 후보가 안전진단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도심내 주택공급을 위해서다. 3기 신도시만으로는 서울 도심권을 원하는 수요에 충분한 물량을 댈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에게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정비사업을 지양했던 현 정부와 결을 달리한 방향으로 부동산민심을 달래는 카드로도 읽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행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에는 구조적 안전진단이 50%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건축을 못하는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 이 부분을 완화하면 재건축 활성화로 도심 내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 후보도 도심 공급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선회했는데 사실상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현 정부와는 방향성을 달리하려는 것 같다”고 봤다.

현 정부에서는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고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남양주왕숙·하남교산·인천계양·고양창릉·부천대장 등 5곳에 3기신도시를 만들어 주택 3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이에 대해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권과 경기권을 원하는 수요 자체가 달라 서울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오 시장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3기 신도시가 집값 안정에 기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집값 상승의 원인은 서울시내, 특히 강남의 주택공급이 부족해서다. 서울에서 매년 일정 정비사업 물량이 나온다면 비로소 주택가격 상승이 멈추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안전진단·용적률 완화..1기신도시 반색

안전진단 요건이 완화되면 재건축시장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8년3월 적정성 검토가 도입된 이후 총 14곳이 신청했지만 이를 통과한 단지를 서초구 방배삼호, 마포구 성산시영, 양천구 목동6단지, 도봉구 도봉삼환 등 4곳에 불과하다. 양천구 목동11단지와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태릉우성, 광진구 광장극동 등은 탈락했고 나머지는 보완요청을 받거나 심사를 하고 있다. 당장에 이들 단지는 재건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또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30년 이상된 아파트가 5만여 가구로 가장 많은 노원구와 양천구 목동에서 재건축 사업이 기지개를 펼 것으로 보인다. 상계주공6단지의 한 주민은 “정치적 이유 등으로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하는 단지가 많았는데 여야 후보 모두 이를 완화해준다고 하니 재건축사업이 한 층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표했다.

더 나아가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도 재건축 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들 도시는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높지 않아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렸지만 윤 후보가 안전진단 요건 완화와 함께 용적률을 완화한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이 높다. 앞서 윤 후보는 1기 신도시 토지용도 변경과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이고 체계적으로 재정비사업을 추진해 10만 가구 이상의 물량을 추가 공급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다만 이·윤 후보의 장밋빛 공약에 시장에서는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안전진단 요건을 완화하면서 반대급부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강화 등 사업성을 낮추는 또 다른 규제 장치가 나올까 싶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 공약이 ‘공(空)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도심내 주택공급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뚜렷해야 할 것”이라며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안전진단 요건 완화 외에도 재초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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