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쉬는 것도 투자다

위험자산 가격 하락 불가피한 시기
왜 꼭 어딘가에 투자해야 하는가
왜 나의 투자는 성공한다고 믿는가
  • 등록 2022-07-06 오전 5:04:03

    수정 2022-07-06 오전 5:04:03

[이데일리 피용익 증권시장부장] 월급이 들어온 20일. 통장에 있는 돈 절반을 주식에, 절반은 코인에 넣는다. 신용카드 결제대금이 빠져나가는 날은 23일. 그때까지 3~4일 동안 ‘치킨값’이라도 벌겠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많은 월급쟁이들이 이러한 투자 패턴을 갖고 있다고 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통했다. 치킨값은 물론 스테이크값을 버는 것도 가능했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무엇이든 사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가 어찌나 무섭게 올랐는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말도 유행했다.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소외돼 있다는 두려움이다. 포모는 많은 사람들을 투자의 세계로 뛰어들게 만들었고, 이들은 한동안 재미를 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주식도 코인도 연일 하락세다. 월급날 사서 카드값 결제일에 파는 투자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당장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만 봐도 코스피는 2391.03에서 2314.32로 총 3.20%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5만8700원에서 5만7400원으로 2.21% 내렸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빗썸 기준)은 2695만8000원에서 2682만4000원으로 0.49% 하락했다. 치킨값을 벌기는 커녕 카드 결제대금이 모자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거의 매달 반복되고 있다.

포모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반토막이 난 투자금을 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계좌를 열어보는 일이 스트레스다. ‘빚투(대출금으로 투자하는 것)’를 한 사람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의 대출금리도 뛰고 있어서다.

손절을 하기는 너무 아깝고 물타기를 하려니 밑천이 없는 지금, 간 큰 일부 ‘용자(용감한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그동안 본 손실을 한 방에 만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본전 찾기에 눈이 멀어 파생상품에 섣불리 손을 댔다가 남은 투자금마저 날려 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쯤되면 드는 생각이 있다. 투자도 도박과 다를 바 없는 ‘중독’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본격화되고 경기 침체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당연히 위험자산 가치는 떨어지는 게 순리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왜 어디엔가 돈을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모든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어떻게 나만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걸까. 마치 내가 16을 들고 있는 ‘블랙잭(받은 카드의 합이 21에 가까울수록 이기는 카드놀이)’ 게임에서 나의 다음 카드가 5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모함이다.

때로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 언젠가 에브리싱 랠리가 다시 시작되는 날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자산 가격이 내리꽂고 있을 때가 그렇다. 쉬는 것도 투자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화면에 이날 거래를 마친 코스피, 원/달러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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