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 해도 통했다. 치킨값은 물론 스테이크값을 버는 것도 가능했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무엇이든 사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산 가치가 어찌나 무섭게 올랐는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말도 유행했다.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소외돼 있다는 두려움이다. 포모는 많은 사람들을 투자의 세계로 뛰어들게 만들었고, 이들은 한동안 재미를 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주식도 코인도 연일 하락세다. 월급날 사서 카드값 결제일에 파는 투자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당장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만 봐도 코스피는 2391.03에서 2314.32로 총 3.20%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같은 기간 5만8700원에서 5만7400원으로 2.21% 내렸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빗썸 기준)은 2695만8000원에서 2682만4000원으로 0.49% 하락했다. 치킨값을 벌기는 커녕 카드 결제대금이 모자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거의 매달 반복되고 있다.
손절을 하기는 너무 아깝고 물타기를 하려니 밑천이 없는 지금, 간 큰 일부 ‘용자(용감한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그동안 본 손실을 한 방에 만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본전 찾기에 눈이 멀어 파생상품에 섣불리 손을 댔다가 남은 투자금마저 날려 버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쯤되면 드는 생각이 있다. 투자도 도박과 다를 바 없는 ‘중독’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본격화되고 경기 침체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당연히 위험자산 가치는 떨어지는 게 순리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왜 어디엔가 돈을 넣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모든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와중에도 어떻게 나만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걸까. 마치 내가 16을 들고 있는 ‘블랙잭(받은 카드의 합이 21에 가까울수록 이기는 카드놀이)’ 게임에서 나의 다음 카드가 5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모함이다.
때로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 언젠가 에브리싱 랠리가 다시 시작되는 날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자산 가격이 내리꽂고 있을 때가 그렇다. 쉬는 것도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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