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부인이 살해되다..범인은 무기징역[그해 오늘]

1977년 3월31일 가정집에서 판사 부인 살해돼
판결 원한범죄 의심됐으나 범인은 십대 가정부
가정일 서툴다는 지적에 홧김에 저지른 범행
무기징역 판결나오자 판사는 극단적 선택
  • 등록 2023-03-31 오전 12:03:00

    수정 2023-03-31 오전 12:03: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77년 3월31일 정오 무렵. 서울 마포구에 있는 가정집에서 30대 주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타살. 살인 범죄의 피해자는 손모씨. 손씨의 남편은 서울의 한 법원에서 근무하는 주모 판사였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법조인의 부인이 대낮에 주택가 한가운데서 살해된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경찰은 원한범죄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시작했다. 피해자가 판사의 부인이었기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이가 벌인 범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면 사법부 권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다.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착수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씨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던 점도 고려해 면식범의 소행일 여지도 있었다.

범인은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붙잡혔다. 주 판사의 집에서 기숙하던 열여덟 살 가정부 조모양의 범행이었다. 조양은 1973년 2월부터 이 집에서 가정일을 돕기 시작했다. 조양은 일이 서툴렀고, 부부의 자녀를 함부로 대하는 바람에 평소 손씨와 갈등을 빚었다. 이런 이유에서 손씨는 다른 가정부를 찾아보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비슷한 이유에서 조양이 손씨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조양은 홧김에 손씨를 폭행하고 살해했다. 평소 지병이 있어 병약하던 손씨는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조양은 완전범죄를 꾸미고자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범행 직후 가까운 거리에 살던 손씨네 오빠 집에 들러 손씨의 심부름을 온 것으로 꾸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슈퍼에서 라면 한 박스를 외상으로 사면서, 슈퍼 종업원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손씨의 주검을 함께 확인했다.

목격자로서 경찰 조사를 받은 조양은 얼마 못 가서 용의자로, 그러고는 다시 피의자로 전환됐다. 손씨의 사인은 타살이었는데, 조양은 자살이거나 병사일 것이라고 우긴 게 석연찮았다. 손씨네 집에서 평소 라면을 한 상자씩 많이 구매하지 않은 점도 수상한 점이었다. 슈퍼 종업원의 증언도 결정적이었다. 손씨네 집 담을 넘어 문을 열기 싫었는데, 조양이 하도 부추겨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궁하자 조양은 자백한 것이다. 평소 손씨와 빚어온 갈등이 범행 동기로 조사됐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양의 재판은 선처론과 엄벌론이 맞섰다. 조양을 십 대 가정부 소녀로 보고 동정하려는 여론과 소녀가 아니라 가정을 파탄을 낸 살인범으로 보고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었다. 1심은 조양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주 판사는 판결을 선고하는 법정에 방청객으로 입장해 조양을 지켜봤다. 1심 판결이 나온 이튿날 주 판사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마흔네 살 한창의 나이였다. 유서에는 자녀에 대한 미안함과 사법부에 대한 송구함이 담겼다. 주 판사는 사건 이후 ‘부인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기 어렵다’는 얘기를 주변에 했는데, 유서에도 이런 내용을 남겼다.

판결은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무기징역으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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