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탈락, 이번엔 통과…평가기관별 제각각 기준 개선 시급

대부분 바이오기업 '기술성 평가' 의구심 여전
바이오 등 13개 평가기관 복불복 불만 커져
거래소, 7월께 평가 프로세스 개선안 발표
  • 등록 2019-06-26 오전 5:15:00

    수정 2019-06-26 오전 10:46:36

[이데일리 김재은 이광수 기자] 파킨슨병·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 카이노스메드가 재수 끝에 이달 초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나이스평가정보와 SCI평가정보로부터 나란히 ‘A’를 받았다. 지난해 3월에 ‘A’와 ‘BB’를 받아 고배를 마시자 등급이 두 단계 이상 벌어진 것이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이후 1년3개월이 지난 현재 카이노스메드의 보유 기술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닌데 두 곳에서 모두 A를 받은 것은 애초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5곳중 1곳이 선택한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특히 바이오기업들의 주상장 통로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질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을 하려면 13곳의 전문평가기관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임의로 지정하는 2곳 중 한곳으로부터는 ‘A’ 등급 이상을, 나머지 한곳으로부터는 ‘BBB’ 이상을 받아야만 1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이후 거래소의 기술력 평가에서 합격해야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코스닥 입성이 가능하다. 문제는 13곳의 평가기관별 특성이 다르고,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기술성 평가가 운수소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는 점이다.

◇ “기술 이해하는 전문평가자 필수”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전문평가기관 평가 통과율은 지난 2017년 61.5%에서 지난해 69.4%, 올해들어서는(6월 21일 기준)는 75%로 상승했다. 이 기술상장특례는 당장 적자여도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지난 2005년 도입한 제도다. 시행 이후 수차례 제도를 개선하며 보완해가고 있지만, 기술성 평가 대상기업이나 전문평가기관에서도 제도 개선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코넥스협회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 피평가자들은 기술성과 관련해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하지 않다”며 “기술성과 상관없는 매출 확대나 이익을 내라는 등의 얘기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기술특례 상장으로 입성한 한 코스닥사 대표는 “사실 기술평가기관들이 모든 기술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며 “국내든 외국이든 기술을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제 값 주고 평가를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3개 평가기관은 거래소에서 기술성 평가 요청이 올 경우 그 때마다 별도의 내·외부 전문가로 팀을 꾸려 기술성을 평가한다. 거래소가 제공한 기술성 평가 항목에 대해 평가해 4주 이내에 기술성 평가 보고서를 완성해야 한다. 하지만 거래소가 제공한 기술성평가 항목중에는 재무제표 중심의 과거 실적도 상당수 차지한다. 예컨대 주된 매출처와의 거래실적 등을 적어야 하는 식이다.

업종별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기술성 평가 항목도 문제다. 성장성, 기술력, 재무상황 등에 대해 제품경쟁력, 지적재산권, 동종업계 비교 재무상황 등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기슬성 평가에 참여한 한 인사는 “현실적으로 기술성 평가를 위해 바이오기업이 몰려 있는 세종까지 내려오는데 비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술성 평가를 받는 기업들이 준비를 아무리 많이 해도 평가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잘 모르거나 대충하려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는 기술특례 상장 중 대다수인 바이오 기업의 특성상 해당 전공자이더라도 세부적인 디테일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브릿지바이오의 경우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이해도가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NRDO는 성공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들여와 임상시험, 상용화 등의 개발(Development)에만 집중하는 바이오 벤처 사업모델이다.

한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여러 평가기관을 둔 이유는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고 점수를 주라는 것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회사마다 기술이 다르고, 전문분야가 다른 상황에 전문가들이 얼마나 신뢰할만한 결과를 내주는 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 거래소, 기술평가 신뢰성 개선 서둘러

이같은 문제들은 금융당국이나 거래소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바이오, 4차산업 등 업종별 맞춤형 코스닥 상장 기준을 마련하고, 핵심 심사지표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현행 상장이후 연매출 30억원 미만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규정을 바이오 평균 임상 소요기간동안 면제해주는 개선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이날 금융위가 발표하는 ‘혁신기업 IPO제도 개선방안’에는 기술성 평가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은 제외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 관련 문제를 알고 있지만, 이번엔 포함하지 않았다”며 “일단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고 원활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하반기부터 이중규제 논란이 있는 거래소 기술력 평가에 대해선 ‘AA’ 등급 이상을 받으면 면제해줄 방침이다. 다만 지금까지 기술성 평가를 받은 170여개 기업중 ‘AA’이상을 받은 곳은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정말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에 한해 거래소 기술력 평가를 면제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거래소는 기술성 평가 프로세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평가기관과 주요 투자은행(IB) 등의 업계 의견을 모으는 단계로 빠르면 7월께 기술성 평가 관련 프로세스 개선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5월부터 업계와 IB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며 “현재 평가위원들의 비용 현실화 등을 포함한 기술성 평가 신뢰성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과거 두단계 이상 평가등급이 차이나더라도 6개월이후 재심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바로 재심이 가능하다”면서 “최근 거래소나 정부가 관련 규제에 대해 업계 의견을 청취해 적극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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