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에서 종합편성채널로 이직한 한 PD는 현재 방송 중인 음악순위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중음악계는 계속 변화하는데 정작 방송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푸념이다.
음악순위프로그램이 한류 시장을 의식하다 대중에 외면받고 있다. 지난 주 지상파 3사가 방송한 음악순위프로그램은 ‘애국가 성적표’를 받았다. KBS ‘뮤직뱅크’ 1.1%, MBC ‘쇼!음악중심’ 1.5%, SBS ‘인기가요’ 1.6%다.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지만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출연진은 대부분 아이돌 가수로 채운다. 시청층은 10~20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음악순위프로그램은 현재 포화상태다. 월요일에 녹화해 금요일에 방송하는 아리랑TV ‘심플리K팝’부터 화요일 SBS MTV ‘더쇼’, 수요일 MBC MUSIC ‘쇼!챔피언’, 목요일 Mnet ‘엠카운트다운’, 금요일 ‘뮤직뱅크’, 토요일 ‘쇼!음악중심’, 일요일 ‘인기가요’ 등 사실상 일주일 내내 녹화가 진행된다.
프로그램이 많아서 가수가 출연료를 두둑하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시청률이 저조하니 제작비는 최대한 절감한다. 출연료와 스태프의 인건비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다. 또 무대나 음향시설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음악순위프로그램은 방송가의 마지막 권력이다. MBC와 SBS는 Mnet ‘프로듀스101’이나 ‘슈퍼스타K’ 등에서 배출한 가수에 대해 인색했다. 타 방송사에서 스타가 됐으니 출연할 수 없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 기획사는 특정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다가 당할 수 있는 보복을 우려해 손해를 감수한다.
이어 “최근 힙합과 EDM, 인디음악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단일화된 음악순위로는 다변화된 최근의 음악계를 제대로 조명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