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채 탕감, 도덕적 해이는 막아야 한다

  • 등록 2017-07-28 오전 6:00:00

    수정 2017-07-28 오전 6:00:00

자고 일어나면 ‘깜짝 정책’으로 국민을 놀라게 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엔 ‘소액 장기연체 부채’ 완전 탕감을 들고 나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민행복기금과 시중은행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채권의 소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얘기다.

국민행복기금은 서민층의 과다채무 해소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2013년 도입한 것으로, 지난 3월 현재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자는 123만명이며 이들의 총 연체액은 4조 5000억원이다. 그중 83만명은 이미 30~90%의 채무조정을 받아 빚을 갚고 있고 나머지 40여만명, 1조 9000억원이 탕감 대상이다. 최 위원장이 채권소각 규모를 최대한 늘리고 시중은행으로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수혜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그 전에도 개인 빚을 여러 번 갚아 줬다. 얼마 안 되는 빚의 노예로 장기간 고통받는 이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것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당연한 책무다. 이런 악성채권이 추심회사나 대부업체로 몇 차례 넘어가면 시세가 명목금액의 2~3%까지 떨어지고 그럴수록 채무자들은 가혹한 추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면 채무자와 금융회사로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다만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게 문제다. 빚을 안 갚고 버티면 언젠가 정부가 갚아 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부추겨서도 곤란하다. 이런 도덕적 해이가 팽배해져 경제의 신경인 금융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더욱이 빚의 일부 상환이 아니라 완전 탕감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서민들을 보살피는 것 못지않게 나라곳간을 잘 챙기는 것 또한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정부가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내고 부자니, 대기업이니 거론하며 국민 편가르기로 세금을 더 거두려는 꼼수에 넘어갈 만큼 우리 국민이 어리석지는 않다. 정부는 서민 구제라는 취지를 살리면서 도덕적 해이를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 집행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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