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된 라면 시장서 풀무원 광폭 행보… ‘건면 노하우’로 승부

정·백·홍 라면, 누적 판매량 1000만 봉 돌파
1995년, 2005년 라면 시장 진출헀으나 철수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로 시장 안착… 건면 시장 주도
라면 시장 B2C 소비재 시장 중 가장 커… 도전 불가피
  • 등록 2021-04-20 오전 5:00:00

    수정 2021-04-20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풀무원식품이 라면 시장 진출을 위한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자사 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에서 정·백·홍 라면 3종을 출시한 데 이어 올 여름철을 겨냥해 비빔면 3종도 추가로 선보였다. 풀무원식품은 기존 유탕 라면과 차별화된 ‘건면 라면’ 전략으로 라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갈 방침이다.

정백홍 비빔면 3종(사진=풀무원식품)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식품은 ‘정·백·홍 비빔면’ 3종을 신규 출시했다. 풀무원 라면 브랜드인 ‘자연은 맛있다’에서 비빔면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풀무원식품은 빨갛고 매콤한 기존 비빔면에서 탈피해 다양한 맛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한단 전략이다.

정 비빔면의 경우 육류 원료를 첨가하지 않는 식물성 비빔면으로 채식 소비자를 정조준했다. 백 비빔면은 매실 간장 소스를 이용해 ‘빨간 비빔면’이 아닌 ‘하얀 비빔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홍 비빔면은 베트남 하늘초를 사용한 ‘물 비빔면’으로 출시했다.

자연은 맛있다 육개장 칼국수(사진=풀무원식품)


라면이 왜 이래?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풀무원 라면

풀무원은 지난해 정·백·홍 라면을 출시하면서 라면 시장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풀무원식품은 앞서 1995년과 2005년에도 라면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당시로써는 생소한 ‘생라면’을 콘셉트로 잡았다. 다만 시장 1위인 농심을 필두로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이 자리를 잡은 라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풀무원식품은 2011년 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를 론칭하면서 다시금 라면 시장에 도전했다. 자연은 맛있다는 당시 기름에 튀긴 유탕면이 일반적이었던 라면 시장에서 생면을 건조한 건면을 사용하는 차별점을 뒀다. ‘자연은 맛있다’는 일반 유탕 라면보다 100㎉ 이상 낮아 건강을 챙기면서 라면을 즐기고픈 소비자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풀무원식품은 2016년 ‘자연은 맛있다’ 브랜드에서 ‘육개장 칼국수’(이하 육칼)을 선보이며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생면식감’ 브랜드를 출시해 생면 콘셉트를 정면에 내세웠다. 풀무원은 국내 첫 일본식 라멘 ‘돈코츠라멘’, 가츠오부시를 넣은 ‘야끼소바’ 등 요리 타입의 라면을 연이어 출시했다.

다만 소비자에게 익숙한 유탕면이 아닌 생면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풀무원 라면은 소비자들에게 매일 섭취하는 식사나 간식보다는 가끔 즐기는 ‘별미’로 인식됐다. 또한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요리로 탈바꿈할 수 있는 신라면, 진라면 등 제품과는 달리 제품의 특성이 뚜렷하단 점도 확장성을 제한했다.

실제로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풀무원의 라면 소매점 매출은 2013년 363억5500만원에서 2019년 207억1900만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라면 소매 시장이 2013년 1조9700억원에서 2019년 2조800억원으로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리 잡아가는 정·백·홍… 2조 라면 시장 공략 디딤돌

풀무원 대표 식품들(사진=풀무원)
이에 따라 풀무원식품은 자사 라면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생면의 식감을 살린 완성된 요리로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중에서 널리 팔리는 매콤하고 칼칼한 기본 라면에 초점을 맞췄다. ‘자연은 맛있다’ 정·백·홍 라면을 출시하게 된 배경이다.

풀무원식품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정·백·홍 라면 3종은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 1000만 봉을 돌파했다. 풀무원 측은 정·백·홍에 로스팅 공법을 도입해 맛을 끌어올린 덕에 코로나19에 따른 홍보 부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즐겨찾았다고 설명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건면’ 트렌드가 정착한 점도 정·백·홍의 인기를 부채질했다. 업계 1위 농심은 지난 2019년 자사의 스테디셀러 신라면의 건면 버전인 ‘신라면 건면’을 출시한데 이어 ‘짜장 건면’, ‘짬뽕 건면’을 추가적으로 내놨다. 삼양식품도 올해 초 건면을 이용한 ‘맛있는라면 비건’을 선뵀다. 건면 시장이 커지면서 건면 라면 노하우가 풍부한 풀무원이 반사 이익을 봤단 분석이다.

풀무원식품이 지속적으로 라면 브랜드를 강화하는 까닭은 종합식품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풀무원은 라면 브랜드를 제외한 두무, 콩나물, 냉동만두, HMR 등 주요 식품카테고리에서 대표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주요 부식인 라면만큼은 아직까지 시장에 안착한 브랜드가 없다.

또한 라면 시장의 규모가 B2C 소비재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점도 고려했다. 성장이 정체된 현재에도 라면 시장 규모는 2조원을 웃돈다. 소비자들의 라면 선호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브랜드가 진입하기도 어렵지만 시장에서 일정 점유율을 유지하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풀무원은 두부, 콩나물 등에서 선두적인 기업이고 최근에는 ‘얇은피만두’ 등 냉동 식품과 가정대체식(HMR) 분야에서도 선전하고 있지만, 유독 라면 시장에서만큼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라면서 “회사 기조가 건강한 식품을 만들자는 것인 만큼 유탕면이 아닌 건면으로 꾸준히 승부를 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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