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276.19 12.31 (+0.38%)
코스닥 1,016.46 4.9 (+0.48%)

'도플갱어'로 산 50년…작가로 비평가로 큐레이터로

미술가·교육자인 윤진섭 조명한 기획전
아카이브 60여점과 드로잉 50여점 걸고
독특한 예술세계 조명…'비평·창작 만남'
미시적 개인 시각서 미술계 50년 흐름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서 내달 16일까지
  • 등록 2021-05-12 오전 3:30:01

    수정 2021-05-12 오전 3:30:01

윤진섭 ‘무제’(2021). 수십개의 예명 중 하나인 도노(Dono)란 이름으로 그린 드로잉이다. 종이에 색연필, 39×27㎝(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오늘은 작가 윤진섭(66)이라고 해두자. 비평가에 큐레이터, 현대미술가에 교육자까지, 미술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온 지 50여년이다. 특히 그이의 창작활동이 독특한데, 왕지(Wangzie), 한큐(HanQ), 소소(SoSo), 베리 퍼니 GPS(Very Funny G.P.S), 놀자(Nolja) 등 80여개의 예명으로 그린 작품을 발표해왔던 거다. 언뜻 장난처럼도 보이는 이 행위의 이유는 둘 중 하나였을 거다. ‘굳이 나를 작가로 한정하지 않겠다’거나 ‘굳이 내 이름이 아니어도 된다’는 다른 듯 같은 자신감.

‘무제’(2021)는 수많은 윤진섭 중 작가인 그가, 수많은 예명 중 ‘도노’(Dono)란 이름으로 그린 드로잉이다. 마치 우리 사는 세상을 구획하듯 검고 굵은 띠로 나눠 제 각각의 풍경을 앉혔다. 밭을 가는 소와 농부도 보이고, 갓 혼례를 올린 듯한 새신랑 새신부의 한때도 보인다. 수락산·북한산이라 손으로 쓴 산세에 꽃이 피고 새가 우는 계절도 앉혔다. 굳이 시간을 따지지 않은, 세상사 전부를 담아냈다고 할까. 마치 자신의 일대기처럼.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서 연 기획전 ‘아트 오브 도플갱어: 윤진섭’은 타이틀 그대로 ‘도플갱어’로 살아온 그이의 세월을 회고한다. 아카이브 60여점과 드로잉 50여점을 걸고 ‘비평과 창작의 만남’이라는 그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윤진섭의 ‘평범치 않은 세상’에는 한우물에 담을 수 없는 광범위한 배경이 있다.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미학으로 석사학위를, 호주로 유학을 가선 미술사·미술비평으로 세부 전공을 바꿔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던 거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미술평론으로 당선된 이후엔 본격적인 비평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 곁길에 세운 광주비엔날레(1995),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2004), 창원조각비엔날레(2016) 등 대형 미술행사에 기획자로 참여했던 이력도 빼놓을 수 없다.

윤진섭 ‘아티스트 시그니처’(2020). 그간 창작활동에 사용한 예명을 한 데 모아 또 하나의 작품으로 꾸렸다. 종이에 색연필, 38.9×27㎝, 종이에 색연필(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50여년 활약에서 도드라진 건 1970년대 한국 전위미술의 최전선이었다고 할 ‘S.T’에 참여했던 일. 한국 행위미술의 개념과 이론을 구축하는 작업의 토대가 됐다. 2007년 그는 다시 행위미술을 재개했는데, 이미 오래전 그 바탕이 마련됐던 셈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장은 “전시명으로 쓴 도플갱어는 허구와 실재, 주관과 객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극복해야 하는 자아의 존재론적 숙명을 소재로 삼고 은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동적이고도 열린 정체성으로 미술계 안에서 다층적 활동을 펼친 윤진섭 개인의 미시적 시각에서 한국미술계의 50년 흐름을 살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전시에 출품한 드로잉 50여점은 판매를 한다. 수익금은 한국미술인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사업에 전액 사용할 거란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