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득 칼럼]째째한 민주당, 찌질한 국민의힘

  • 등록 2022-04-15 오전 5:00:00

    수정 2022-04-15 오전 5:00:00

조금은 의아했다. KTX로도 2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의 지방에서 올라온 집안 어른들이 구경 삼아 청계천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듣고 속으로 삼킨 기자의 혼잣말은 이랬다. “청계천에 뭐가 볼 게 있을까? 물 흐르는 개천과 인공으로 만든 좁은 길만 있을 뿐인데...괜한 걸음을 했다고 후회하신 건 아닐지 모르겠네”

하지만 짐작은 곧 빗나갔다. 어른들의 표정엔 놀랍다는 반응이 가득했다. 복개된 청계천 위를 짓누르고 있던 고가도로와 어지럽게 널려 있던 수많은 상점은 다 어디로 가고 어떻게 그토록 맑고 깨끗한 개울이 들어섰느냐는 것이었다. 헛것을 본 듯해서 눈을 비벼봤다는 어른도 계셨다. 청계천과 관련해 기자가 겪은 일화는 이랬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22년. 서울에서는 청계천에 이은 또 한 차례의 개벽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으로 곧 국민 품에 안길 청와대 개방과 공원화다. 청와대 개방은 특정 장소의 단순한 오픈에 그치는 게 아니다. 70년 넘게 최고권력자만의 배타적 공간으로 사용되면서 권위와 폐쇄를 상징했던 곳이 모두의 문화, 휴식 공간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약 25만㎡의 면적으로 미국 백악관보다 3배 이상 큰 이곳이 도심 한복판의 쉼터로 바뀔 때 국민이 느낄 자부심과 만족감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개방의 효과를 놓고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보인 반응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고 씁쓸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청와대 개방시 연간 149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565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 데 대해 김승원 의원은 황희 문체부 장관에게 “어떻게 추산된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국민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호도하는 등의 부화뇌동은 없애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의를 당부했다. 민심이 들뜨고 갑자기 신천지가 열리는 것 같은 환상을 갖도록 하는 걸 경계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셈법은 한국경제연구원이 김현석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의뢰해 다음 날 내놓은 보고서 내용과 극단적 차이를 보인다. 보고서는 청계천 복원과 개방을 능가하는 관광객 창출 효과가 생겨날 것이며 매년 관광수입 1조 8000억원을 포함, 최대 3조 3000억원의 GDP(국내총생산)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간 1670만여명의 관광객이 청와대를 찾을 것이며 정부 신뢰 제고 등 막대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대선 패배로 정권을 잃은 정부·여당이 청와대 개방과 공원화 결정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편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제 문제는 경제의 영역에서 재고, 판단을 내리는 게 맞다. 경제 효과가 3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민간 보고서가 곧바로 나오는 현실에서 되도록 작고 좁게 잡고, ‘부화뇌동’ ‘호도’등의 거친 단어로 의미를 깎아내릴 때 돌아올 민심의 반응은 “속 좁고 째째하다”는 비판 뿐일 것이다. 서울 인구 1000만명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에게 서울은 아직 가보고 싶고 한 번쯤 거리도 걷고 싶은 곳이다. 하물며 새로 생긴 핫 플레이스라면 버킷 리스트 상단에서 빠질 리 없다.

납득하기 어려운 또 하나는 국민의힘의 태도다. 의견이 분분할 때 문체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민 시니컬한 반응에 국민의힘은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대꾸할 가치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반박할 논리와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어느 쪽이라고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잘라 말하면 게으르고 나약한 웰빙 야당의 구태가 국민의힘을 방관자로 머물게 했을 것이라는 게 기자 시각이다. ‘찌질하다’는 표현 이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청와대 개방이 가까워졌지만 정치권의 째째하고 찌질한 민낯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뒷맛은 영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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